매일신문

[사설] 북핵 버티기에 '당근' 전략 再考할 때

북핵 6자회담이 당초 일정보다 하루를 더 쓰고도 성과없이 결렬됐다. 힐 미국 측 대표는 11일 회담 직후 "국제적 검증기준을 북한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증의정서 채택 실패의 원인이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음 회담 개최 일정도 잡지 못해 향후 6자회담의 진로가 지극히 불투명해졌다.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에 열린 이번 회담에서 참가 5개국이 검증의정서에 모두 합의했다. 그런데도 끝내 회담이 깨진 것은 전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다. 북한은 10월 평양 북미회동 때 '과학적 검증 절차'를 따르겠다고 했지만 이내 말을 바꿨다. "시료 채취는 현 시점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보따리를 싸야 할 처지니 오바마 정부와의 협상에서 쓸 유용한 카드로 쥐고 있겠다는 속셈이다. 계속 시간을 끌면 핵 보유국 지위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미국 백악관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대북 에너지 지원 중단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당연한 조치다. 상대의 일방적인 요구를 다 들어준다면 회담이 왜 필요한가. 서로 조금씩 양보해 주고받는 게 협상의 기본 요건이다. 참가국들은 북한이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따르도록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더 이상 당근 전략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이런 데도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검증의정서와 경제'에너지 지원을 연계시키는 바람에 회담이 어려워졌다고 비판한다. 그동안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실무회의 의장국으로서 우리 정부도 할 만큼 했다. 북한이 잿밥만 노리고 버티기 전략으로 나오면 나올수록 우리 입장을 확고하게 가져가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