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아이덴티티

SBS 15일 오전 1시

스릴러의 거장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지금도 많은 영화에서 변용되고 있다.

낯선 섬에 초대된 4명의 수학자들의 공포를 그린 스페인 영화 '페르마의 밀실'(2007년)이나 할리우드 영화 '아이덴티티'(2003년)가 대표적이다. 특히 '아이덴티티'는 정교한 구성에 할리우드식 스릴러를 곁들여 긴장미를 유발시킨다.

15일 오전 1시 10분 SBS 영화특급에 방영되는 '아이덴티티'는 존 쿠색과 레이 리오타 주연에 '처음 만나는 자유' '앙코르' '3:10 투 유마'를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가 감독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밤. 네바다 주의 사막에 위치한 외딴 모텔에 10명의 사람이 모여든다. 리무진 운전사와 그가 태우고 가던 여배우, 경찰과 그가 호송하던 살인범, 라스베가스 매춘부와 신혼부부, 신경질적인 모텔 주인까지 포함한 총 11명. 모든 길이 차단된 낯선 모텔에서 이들은 하나 둘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또 죽음의 순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고처럼 보이던 살인에 남겨지는 의문의 열쇠. 그 열쇠에는 모텔 룸 번호가 매겨져 있다. 10, 9, 8, 7··· . 죽음의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열쇠가 이어지는 살인을 예고한다. 모두가 살인자가 될 수 있고, 모두가 피살자가 될 수 있는 상황.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모두가 기억하기 싫은 비밀이 서서히 베일을 벗는다.

고립된 장소에 모인 낯선 이들은 흩어진 퍼즐 조각들이다. 전혀 아구가 맞지 않는 이 조각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형체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형체 또한 감독이 만들어 놓은 트릭이라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뒤틀고, 각 캐릭터마다 비밀을 감추어 두고 서로 얽히게 하는 정교함을 선보인다. 살인이 계속될수록 관객들은 새로운 추리를 진행시켜 나가지만, 이 추리 역시 감독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트릭의 사슬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무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늘어놓지만, 영화 후반부 밝혀지는 거대한 스토리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채운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예상의 허를 찌른다.

존 쿠색 외에 '나크'에서 열연한 레이 리오타, '나인 야드'의 아만다 피트, '요람을 흔드는 손'의 레베카 디모나이 등이 공연한다. 90분.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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