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가죽부츠 찾을까 안절부절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룰루랄라∼노래를 부르며 눈이라 하면 어린이 마냥 설레고, 신나서 뛰어다닌 게 꼭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런 동심의 감정을 접은 지 오래되었다.

요즘에는 눈이 오면 옷 젖을 생각에 우산을 먼저 찾게 되고 출근길 막힐 생각만 할 뿐이다.

몇 년 전, 대학입시를 끝내고 예비대학생이 된 기념으로 부모님께서는 학생신분으로서는 조금 값이 쎈 가죽부츠를 선물로 해주셨다.

매일 교복 밑에 단화만 신다가 부츠를 보니 너무 신고 싶어 대학 입학 전 고등학교 마지막 졸업식 날 선물 받은 부츠를 신고 한껏 뽐내며 참석했다.

이게 웬일인가? 운동장에 서있는데 갑자기 함박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대구에는 눈이 안 오기로 유명한 지역인데 하필 내 졸업식 날 이 많은 눈이 갑자기 내릴게 뭐야. 처음으로 눈이 밉고 원망스러웠다.

몇 시간에 걸쳐 내린 눈은 조금 쌓이기까지 했다. 마치고 가는 길에 부츠가 젖을까하는 생각에 학교 실내화를 꺼내 신고 부츠를 가방에 넣어 들었다. 양복에 고무신을 신은 격이었다. 그때는 발 시린 것보다 새 부츠가 젖는 게 싫은 생각이 더 간절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신발장에 부츠가 놓여져 있다.

이젠 그 부츠는 눈만 오면 신는 신발이 되었다. 눈이 와도 따뜻하고 끄덕없어 이만한 게 없는 것 같다. 올해도 부츠와 나는 눈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것도 펑펑.

강민정(대구 남구 봉덕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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