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대구 중심부 건들바위 일대로 그곳 암괴의 안위를 확인하려는 시민들 발걸음이 끊이지 않은 한 주였다. 삿갓바위 서편 병풍형 암벽의 지난 월요일 밤 붕괴 사고가 시민들을 얼마나 안타깝게 했는지 증언하는 풍경이다.
건들바위가 그렇게 소중한 이유 중 하나는 그게 조선조 초 '대구 10경' 중 하나로 지목된 곳일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명소인 점일 터이다. 하지만 그것의 진정 큰 가치는 대구라는 땅덩어리가 형성되던 1억 년 전의 역사를 증언하는 귀하디 귀한 자료라는 점에 있다. 백악기라 불리는 그 즈음 경상도는 공룡들이 노니는 거대한 호수였으며, 그 후 점차 흙이 퇴적돼 대구분지로 바뀌어 온 변화의 역사가 그 절벽바위에 기록돼 있다는 얘기다. 일대가 기념물로 지정된 이유도 이것이었다.
그런 소중한 것인데도 그 암벽에 박힌 나무 뿌리 관리를 제대로 못해 붕괴사고가 생겼다니 참으로 허탈하다. 2년여 전 실시된 현장조사를 통해 뿌리가 틈새를 계속 더 벌려 나가 암벽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지적됐는데도 그랬다는 것이다. 그때 이미 암석층이 8도가량 앞으로 기울어져 나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대구 시가지에서는 몇 안 되는 자연유산들마저 자꾸 사라져 가 안 그래도 안타까움이 커지던 마당이다. 신천 상동교 상류 구간 도로공사 과정에서 그곳 용두바위가 훼손돼 많은 시민들을 가슴 아프게 했던 작년 여름의 일도 그 중 하나였다. 그 전에는 만촌동 금호강변 바위절벽 훼손이 역내 큰 걱정거리가 됐었다. 문화재적 가치 못잖게 귀중한 게 지형 가치인데도 그 보전장치가 부실하자 의식 없이 마구 훼손한다는 말이다.
건들바위 암벽 붕괴 사고는 그런 자산들에 대한 우리 태도를 두루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자연유산이든 문화재든 다를 수 없다. 민초와 의병들의 수많은 세월에 걸친 애환을 간직한 유적이면서도 계속 버려져 있기만 한 팔공산 정상부의 '공산성'도 그래야 할 대상 중 하나다. 눈을 씻고 봐도 흔적 하나 찾을 수 없는 자리에 '대덕산성'이라고 안내판만 내다 세워 놔 궁금증이나 더 키우는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앞산 정황도 마찬가지다.
까딱 때를 놓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든 게 바로 이런 유산들이다. 보전조치는 빠를수록 좋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