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해외전훈 취소' 검토 득실 따져봐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일부 소속 선수들이 불법 인터넷 도박 파문에 휩싸이는 등 홍역을 치르자 자숙의 의미로 동계 전지훈련을 국내에서 치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이 문제 해결에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삼성 등 3개 구단 선수 16명이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에 접속해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한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12일 삼성 선수 3명을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도박업자에게 1억원 이상을 송금한 선수 위주로 형사처벌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입건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3명이 이 사이트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 삼성은 처벌 대상 선수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삼성은 내부적으로 해당 선수에 대한 구단 자체 징계와 별도로 내년 1월 시작될 해외 전지훈련(괌과 일본 오키나와) 대신 국내(경산 볼파크)에서 훈련을 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전훈 취소 논의는 악화된 국내·외 경제 사정도 문제지만 장원삼(히어로즈) 트레이드 소동과 인터넷 도박 사건 등으로 구단의 이미지가 나빠져 선수단 전체가 반성할 시간을 갖자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방안으로 당장 여론의 비판이 잦아들지는 몰라도 책임 소재와 내년 시즌 운영을 생각한다면 다소 무리한 대처로 볼 수 있다.

이번 파문의 경우 해당 선수를 제재하고 구단이 소속 선수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면 공개 사과하고 구체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에 힘을 모으는 것이 더 적절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악화로 여론 뿐 아니라 운영 자금을 대는 모 그룹의 눈치를 더욱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전 선수단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이가 책임을 지면 될 일이다.

새로 들어올 외국인 선수 2명의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삼성은 두드러진 전력 보강이 없었다. 내년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을 노리는 삼성의 입장에서 조직력 강화와 개인 기량 향상의 바탕이 되는 해외 전훈을 포기한다면 내년 시즌은 힘든 행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목표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최소한의 지원은 한 뒤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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