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모습이 의외였다. 중견 그룹의 대표가 서류 가방과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는 게 영 어울리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건축분야 전문 기업인 A&U 그룹의 김동주(54) 대표이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인터뷰도 업무차 이동하다가 짬을 내 과천 정부청사 부근에서 이뤄졌다.
그는 이처럼 현장을 중시하는 자세가 자신의 오늘을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그룹의 대표를 맡기 몇달 전 유명 건축회사의 CEO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도, 서류 결재에 매몰되면서 디자인 현장에서 자꾸 멀어지는 자신이 싫어서였단다. 그래서 그룹의 대표지만 현장을 누비고 직접 설계하는 실무형의 CEO를 선언하고 나섰다. "건축분야는 특히 사람을 보고 일을 맡기게 되는데, CEO가 직접 디자인하고 설명하게 될 경우 더욱 신뢰감을 주지 않겠습니까?"
서울 강남에 있는 A&U 그룹은 지난 10월 관련 5개 회사를 합쳐 출범한 신생 그룹으로 건축설계 및 도시계획 분야에다 국내 최초로 금융권을 참여시킨 자금 분야(PF·프로젝트 파이낸싱)까지 망라하는 '원스톱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직원 수는 750여명으로 내년 매출 목표액을 1천500억원으로 잡고 있으며, 이중 20% 정도를 해외 부문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김 대표이사는 지난 82년 성균관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27년간 건축분야 외길 인생을 살면서 전국 곳곳의 주요 관공서를 비롯해 이름난 건물들을 설계해 왔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청사, 경산 조폐창, 경북 산림과학박물관 등이 그의 손을 거쳤으며 해외에서도 베트남 신도시 계획 등 각종 프로젝트들을 추진했다. 이런 경력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국무총리와 장관, 자치단체장들로부터 잇따라 표창을 받았으며 행정자치부의 '아름마을 가꾸기 사업' 자문위원을 비롯해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건축관련 심의·자문위원도 맡았다.
대구의 도시계획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물었더니 "서울의 축소판을 지향할 게 아니라 다른 도시와는 차별화되고 먼 미래를 내다보는 마스터 플랜을 짜야 한다"며 "유비쿼터스, 레저, 스포츠, 문화, 효율성, 지속 가능성 등이 감안돼야 하며, 자전거와 전차 등의 이용으로 여유롭고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농어촌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아니라 각 마을이 주체가 돼 자연환경과 역사성이 보존되는 쪽으로 시설을 정비하는 한편 특산품 살리기 등을 통해 소득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의 말의 핵심은 "거꾸로 살아야 발전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도시든 농촌이든 당장의 지역발전에 급급해 자연환경을 훼손할 게 아니라, 거꾸로 자연을 보존해 나가는 게 더 큰 발전과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란다. 결국 환경친화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며, 그의 작품 곳곳에도 이 같은 소신이 배어 있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이사는 업무차 자주 갔던 라오스의 사람들이 부럽다고 한다. 가진 것은 별로 없어도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고 마음이 넉넉하기 때문이란다. 앞으로의 꿈도 "자연에 도전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농촌, 산촌, 어촌 만들기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며 상주의 고향집 부근에도 개인 작업실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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