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56)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란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어떤 일이냐는 상관없다. 이화여대 교수를 할 때도 그랬고,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할 때도 그랬으며 17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으로 활동할 때도 그랬다. 특히 국회의원 시절에는 4년간 마흔번 넘게 포럼이다 세미나다 하며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입술이 터져 있는 그는 "자다가도 일이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 수첩에 적어 놓고 다시 잔다"며 "일이 재미있고 업무 아이디어도 기분 좋게 생각난다"고 했다.
정치를 그만두고 STEPI 원장으로 올 때도 선택해서 왔다고 한다. 연봉이 3~4배 많은 공기업 사장 제안도 받았지만 직원 120여명, 예산 140억원뿐인 자그마한 기관의 장이 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일하면서 STEPI를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이 기관이 대구경북과 연관성이 많아 선뜻 선택했다. 무엇보다 적성에 맞았다.
원장이 된 지 불과 석달, 그는 STEPI 분위기를 많이 바꿔 놓았다. 이명박 정부의 국책 과제에 맞게 조직을 전면 개편하고, 인사를 단행했다. 국민 세금으로 연구해 법과 제도를 바꾸거나 정책으로 채택되지 않는 보고서는 무용지물이란 엄명도 연구원들에게 내렸다. 대구경북연구원 등 16개 지자체 싱크탱크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해 나가고 있다. 사무실 구조를 바꿔 공기도 맑게 했다. 연구원의 비전부터 연구 환경까지 송두리째 재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STEPI가 너무 침체돼 있었습니다. 총리실 산하가 된 다음 교육과학기술부는 다른 유사한 기관을 만들었고, 다른 부처도 또 만들려고 해요. 내 자식 챙기겠다는 심보죠. 때문에 박사들이 용역 따오기 급급했어요. 국책과제와 따로 노는 거죠. 조직 개편으로 미래과학전략센터, 신성장동력센터, 글로컬(glocal)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김 원장은 연구 과제가 수십개나 있었지만 제각각으로 브랜드 과제가 없는 점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탄소녹색성장에 주목했다. "저탄소녹색성장은 우리 연구보고서에 나왔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선언하도록 했으니 국책기관인 우리가 대통령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제 5년 후, 10년 후 정부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연구할 때가 왔습니다."
STEPI는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 입지 용역을 했다. 특성화 분야 용역도 하고 있다. 중간 발표에서 ▷로봇 ▷IT융합 ▷뇌공학 ▷메카트로닉스 등 6개 분야가 경쟁력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DGIST 입지를 정할 때 각 지역이 서로 유치하겠다고 싸웠으나 MIT 교수진이 산과 강을 낀 현풍이 최적지라고 하자 모두 수긍했어요. 현풍은 MIT와 흡사한 환경입니다."
대구경북연구원과의 양해각서 체결 이유에 대해 김 원장은 "대구시의 싱크탱크지만 과학기술을 다룰 전문가가 별로 없어 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도 보조해야 하지만 지자체나 대학과 협력하는 것도 STEPI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대구 테크노폴리스에 어떤 산업을 배치하고, 유교문화권-가야문화권은 어떻게 개발하고,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는 어떤 전략을 갖고 육성해야 할지 함께 연구할 계획이라 한다.
정치에 대한 미련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국회가 정책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고, 대구시가 요청한 예산도 100% 챙겼다"며 "아직 젊은 만큼 어느 자리에서든 묵묵히 할 일을 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서울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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