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출연금이 회사 쌈짓돈인가

섬유, 염색 등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업체에 지원되는 각종 정부출연금을 직원 급여나 회사 운영자금으로 전용했다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와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정부출연금이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천세)는 이달 들어 정부출연금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쓴 업체 전·현직 대표 3명을 잇따라 붙잡았다.

검찰은 15일 기술개발 명목으로 받은 정부출연금을 직원급여, 도박,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대구의 한 섬유제직업체 D섬유 대표 J(45)씨를 구속했다. J씨는 2004년 10월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의 지역산업중점기술개발사업에서 '비의류용 열발산(Heat-emitting) 복합섬유제품개발' 과제 주관업체로 선정돼 한국산업기술평가원과 기술개발 사업 협약을 맺고 받은 정부출연금 2억9천만원 중 2억원가량을 직원급여나 도박,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 검찰에 구속된 대구 서구의 직물염색가공업체 대표 G(56)씨도 2004년 산자부 지역산업 중점기술개발사업 '고감성 아웃웨어 직물개발' 부문 주관업체로 선정돼 받은 3억원 중 2억2천만원을 직원 급여나 회사 운영비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8일에는 대구의 모 금속회사 본부장 J(52)씨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섬유기계제작 업체가 받은 정부출연금 4억7천만원 가운데 2억7천여만원을 전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부출연금은 연구 개발(R&D)이나 인프라 구축 예산 명목으로 산업체에 지원되는 국비지만 공공연히 전용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이 '지역산업진흥사업'에 지원한 출연금은 2004년부터 5년간 ▷섬유·염색 ▷나노 ▷ 모바일 ▷바이오 ▷전략기획 등 5개 분야에 총 2천900여억원(시·도비, 민자 제외)으로 첫해 445억원에서 올해 654억원으로 늘었다.(전략산업육성자금지원 흐름도 참조)

대구의 경우 61개 업체가 과제를 완료했고 19개 업체가 진행중이다. 이들 업체에 대한 1차 관리는 대구테크노파크내 대구전략산업기획단이 맡고 있지만 업체의 정부출연금 통장을 1년에 한차례 점검하는 게 전부일 정도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기획단 관계자는 "연구과제와 업체가 워낙 많다 보니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다. 특히 부도·폐업한 업체의 경우 회계장부를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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