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입산 '딱지' 돼지국밥 장사될지…"

지난 12일 낮 12시쯤 대구 서구의 한 음식점. 100㎡ 남짓한 음식점 안은 점심상을 기다리는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들과 회사원 등 20여명으로 북적였다. 돼지국밥 하나만 판다는 이 음식점에는 어디를 둘러봐도 원산지 표시는커녕 메뉴판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는 22일부터 원산지 표시제가 확대 시행되면 돼지고기도 손님들이 알 수 있도록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지만 업주(54)는 "30년 넘게 돼지국밥만 팔아왔는데 원산지 표시제가 다 뭐냐?"며 되물었다.

◆확대 시행되는 원산지 표시제, 금시초문?

쇠고기와 쌀에 이어 22일부터 돼지고기, 닭고기, 배추김치 등에까지 원산지 표시제가 시행되지만 음식점 업주들 중에는 이에 대해 모른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53·여)씨는 "돼지고기와 김치의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우리처럼 작은 식당도 해당되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남구 대명동의 한 배달음식점 업주는 "배달 위주로 장사를 하는데 광고 전단지에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느냐"며 난감해했다.

업주들은 이번에 원산지 표시 품목이 크게 늘어났지만 홍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수입산 돼지고기와 김치를 쓰는 일부 음식점은 가뜩이나 경기가 나빠 손님이 적은데 '수입산'이라는 딱지(?)를 붙여놓으면 아예 손님들 발길이 끊길까 망설이고 있다.

실제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8일 아일랜드산 돼지고기에서 발암의심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돼 해당 국가의 돼지고기 수입을 잠정 중단하고, 이미 검역을 통과한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 중지 등의 긴급 조치를 취했다. 중구 동성로의 식당업주 김모(48·여)씨는 "최근 수입 돼지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수입산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이라며 "수입산을 쓰지 않고서는 1인분에 5천∼6천원의 가격을 맞추기 힘든데 벨기에산, 칠레산이라고 써 놓으면 누가 사 먹겠냐"고 하소연했다.

반면 일부 음식점들은 일찌감치 원산지 표시제에 동참하고 있었다. 남구의 한 돼지국밥집은 벽에 '우리는 국내산 돼지고기만 씁니다'는 푯말과 '순대 국내산(○○식품)' '돼지고기 국내산(○○축산)' '쌀 국내산(○○미곡)' 등으로 표시한 메뉴판을 게시해놓고 있었다. 업주는 "원산지 표시를 잘 하면 오히려 손님들의 신뢰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바뀌나?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취급하는 모든 업소들은 22일부터 국내산은 원산지를, 수입산은 수입국가명을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패스트푸드점·분식점 등과 정육점, 쇠고기 판매 유통업체와 단체 급식소 등에서는 밥, 국, 햄버거, 김밥 등에 사용된 돼지고기, 닭고기, 쌀 등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한다. 배추김치도 100㎡ 이상의 일반 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 위탁급식소 등에서는 원산지를 명기해야 한다.

대구농산물품질관리원 박광훈 담당은 "홍보 강화를 위해 대구경북 3만5천여개 음식점에 원산지 표시제에 대한 전단지를 배포하고 시민단체와 합동으로 캠페인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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