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공부의 신)'들을 만났다. 올해 수능에서 대구 재학생 가운데 인문·자연계에서 각각 최고점을 받은 학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수능 등급제가 폐지된 올해 대입시에선 무엇보다 수능 성적이 대입의 '바로미터'다. 이들 학생들이 말하는 '수능 준비 노하우'는 무엇보다 관심거리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 '580점' 대륜고 이한샘군
대륜고 3학년 이한샘(18)군은 이번 수능에서 800점(표준점수) 만점에 580점을 받았다. 대구 인문계 수석이다. 틀린 문제라곤 수리에서 하나, 국사에서 셋 등 모두 4문제 뿐이다. 이군의 강점은 전 영역을 공부할 때 자신만의 메모를 철저히 했다는 점이다. 모르는 문제나 개념 등을 평소 노트나 메모장에 요약해 놓았다가 수능을 1개월 정도 남겨놓고 집중적으로 보고 또 봤다. 이군은 'EBS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수능 공부에 있어 EBS 교재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굳이 방송을 보지 않더라도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는 것. "언어나 수리 영역에선 EBS 교재에 아주 어려운 지문이나 문제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시험에서 좀 어려운 문제가 나오더라도 당황하지 않아요. 영어 쪽에선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와 어휘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되죠. 사회탐구에선 개념 잡기에 좋고요."
복습 또한 이군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그날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은 꼭 그날 자습 시간에 공부했다. 복습을 하고 나중에 다시 그 내용을 보면 훨씬 기억하기도 쉽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는 것. 수업 시간 집중은 물론이다. 잠이 올 때는 교실 뒤편에 서서 수업을 들을 정도였다.
잠은 얼마나 잤을까. 고3 내내 6, 7시간은 잤다고 한다. "하루에 4시간 자는 학생들도 많은데 저는 충분히 잠을 자야 한다고 생각했죠. 잠이 부족하면 정작 수업 시간에 조는 경우가 더러 있잖아요. 수능이 임박해선 5시간 정도 잤는데 부족한 잠은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 해결했어요."
▷언어=이군은 어렸을 때부터 독서량이 풍부해 기본이 탄탄한 상태였다. 그런 기본기로 인해 지문을 보고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실전 연습은 고3 때부터 본격화됐다. 1학기 때는 수능 기출문제나 일반 문제집을 주로 풀었고 수능을 1개월 남겨놓고는 모의고사 형태의 문제집을 풀었다. 실전처럼 시간을 재가면서 하루에 3회 정도 분량의 문제를 풀었다. 한 문제집을 여러 차례 보기보다는 계속 새로운 문제집을 사가면서 마구 풀었다. 이를 통해 생소한 지문이 나왔을 때 어떻게 내용을 파악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요령을 키운 것. 낯선 용어나 어려운 개념은 따로 메모장을 만들었고 교과서 부록에 있는 문법이나 맞춤법, 헷갈리는 단어 등은 틈틈이 수차례 익혔다.
▷수리=고 1, 2학년 때는 개념을 확실히 잡기 위해 '수학의 정석'을 2, 3차례 공부했다. 이와 함께 문제집을 조금씩 풀면서 수학의 정석에 나오지 않는 공식이나 표, 풀이방법 등은 교과서에 관련된 단원의 여백에 적어놓았다. 3학년 들어와서는 '오답 노트'를 작성했다. 틀린 문제 가운데 해답을 보지 않고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간추렸다 수능을 임박해서 3, 4차례 중점적으로 봤다. 3~6월까지는 EBS 방송 교재를 보면서 다시 한번 개념 파악에 초점을 맞추었고 여름방학부터는 문제집을 계속 사면서 하루에 100문제 이상을 풀었다. 2학기 때는 신사고의 '특작'이나 대성의 '마하3' 등 어려운 문제집을 사서 공부했다.
▷외국어=영어는 중학교 때 학원을 열심히 다니면서 기본기를 잘 닦아두었다. 고교에 들어와서부터는 별도로 학원을 다니지 않고 독학했다. 고2 때 3, 4개월 텝스(TEPS)를 공부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텝스가 단어에 주안점을 뒀기 때문에 단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어휘력이 크게 향상됐다. 텝스나 EBS 교재를 보면서 모르는 단어는 별도로 단어장을 만들어 시간날 때마다 발음을 하면서 외웠다. 단어장만 공책 5, 6권에 이른다.
▷사회탐구=EBS 교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물론 교과서가 중심이 되지만 EBS 교재가 핵심 위주로 잘 정리돼 있어 개념을 확실히 잡는데 유용했다는 것. 역시나 어려운 개념이나 꼭 필요할 것 같은 개념은 공책에 요약해 두었다 수능을 앞두고 수차례 봤다.
♠ '556.5점' 경신고 김기진군
경신고 3학년 김기진(18)군은 800점(표준점수) 만점에 556.5점을 받았다. 대구 재학생 중엔 자연계 최고 성적이다. 김군은 고1 때 국·영·수로 전교 1등을 하는 등 여러 번 '학교 톱'을 하면서 이미 고득점이 예상된 학생이었다. 2학년 때까지는 그는 수능 등급제로 인해 내신에 초점을 맞추었다. 상대적으로 수능 공부는 별로 하지 않은 것. 김군은 일단 수업 시간에 집중했다. 예·복습을 잘 하지 않는 대신 그만큼 수업시간에 온 정신을 쏟았다. 교사가 판서하는 손에서 시선을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따라가면서 전체 수업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필기는 최소화했다. "선생님의 판서한 내용을 모두 받아쓰면 집중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제가 판단해서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만 적었어요."
김군은 고3 때 매일 아침 스케줄을 빼곡히 적었다. 오늘 몇 페이지를 보고 몇 문제를 푸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메모하고 거기에 맞춰 시간을 배치했다. 아무 계획없이 무작정 공부하면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군과는 달리 김군은 문제를 많이 푸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매번 새 문제집을 사서 푸는 것보다 이미 풀었던 문제집을 다시 보는 편이었다. 틀린 문제를 체크해 두었다 일주일 정도 지난 뒤 다시 보면서 개념을 확실히 챙겼다. 김군 역시 잠을 충분히 잤다. 잠을 줄이면 낮 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니까 밤잠을 충분히 자 두자는 생각에서였다. 오히려 잠을 푹 자고 낮 시간에 좀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식을 택한 것. "고3이 돼서는 평균 6시간 30분 정도 잤어요. 수능이 가까워서는 오히려 7시간으로 늘렸죠. 컨디션을 수능 당일에 맞추기 위해 늦어도 새벽 1시 전엔 꼭 잤어요."
▷언어=부모가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어주고 도서관에 데려가거나 방문학습지를 받아보게 하는 등 애를 썼지만 김군은 사실 책보단 TV 시청이나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렇다 보니 김군은 언어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신문을 계속 봤다. 신문 읽기가 재미있어 시작했는데 이것이 시사적인 문제가 나오는 비문학 공부에 많이 도움됐다. 일단 고2 때까지는 수업에 집중하고 학원 숙제를 열심히 했다. 고3 때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익혔다. 자습 시간을 이용해 하루에 많게는 50문제 가량을 꼬박꼬박 풀었다.
▷수리=중학교 때 경북대 과학영재교육원에 다니면서 수학에 대한 기본을 갖췄다. 고3이 돼서는 EBS 문제집을 올해 것 뿐 아니라 지난해 것까지 구입해 풀었다. 또 각종 참고서와 문제집을 사서 될 수 있는 한 많이 풀었다.
▷외국어=예전엔 영어공부를 따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미드'(미국 드라마)'를 시청하면서부터 영어가 재밌게 느껴졌다. 중2 때부터 미드를 컴퓨터로 다운로드받아 매일 한 편 정도 시청했다. 특히 'NCIS'를 재밌게 봤다. 미드를 많이 보다 보니 귀가 뚫리고 영어 대화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것. 학원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영어학원의 경우 여러 곳을 다녀보고 자신의 스타일과 맞는 곳을 선택해 꾸준히 다녔다. 고3 때부터는 모의고사 문제집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풀면서 실전 준비를 했다.
▷과학탐구=김군에겐 과학이 가장 강점이다. 중학교 때 과학영재교육원에 다니면서 과학 하나만큼은 흥미도 있고 실력도 갖췄다. 흥미가 있다 보니 고 1, 2때도 틈틈이 모의고사 문제집을 사서 풀어봤다. 개념을 잡기 위해 '하이탑'이란 참고서를 꼼꼼히 읽었다. 페이지 구석 자리에 기재된 추가 설명이 잘 돼 있어 이 참고서를 통해 미처 몰랐던 사실을 익힐 수 있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