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 맹부·맹모 다이어리] 열등생 아들 우등생 만든 백영수씨

부모 열성적 뒷받침이 똑똑한 아이 만든다

▲ 백영수씨는 아들의
▲ 백영수씨는 아들의 '학습 코치'를 자처한다. 그는 한때 반에서 33등 하던 아들을 전교 1등의 우등생으로 만들었다.

구미 도송중 2학년 백형인군은 지난 10월 치른 학교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을 꿰찼다. 하지만 백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만 해도 학급 35명 중 33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였다. 그를 변신시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아버지 백영수(40)씨다. 아버지의 열성적인 학습지도가 백군을 민족사관학교 입학을 꿈꾸는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든 것이다.

"아들이 초교 4학년 때였어요. 아이 엄마가 학부모 모임을 갔다 우연히 아이의 반 등수를 알게 된 것이죠. 33등이었어요. 그 전까지 등수란 것 자체를 모르고 살다 막상 아이의 등수를 알게 되니까 우리 부부 모두 충격에 빠졌죠."

백씨는 아들의 성적을 어떻게 끌어올릴까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본업인 학원 운영을 그만둘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공부를 가르칠 힘이 없었다. 그러다 이듬해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백씨는 아들의 '공부 코치'가 되기로 결심했다. 먼저 그가 한 일은 아들과 신뢰를 쌓는 것. 늦게 마치는 학원 일 때문에 그동안 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백씨는 매일 아침 아들의 밥상을 차려주면서 같이 밥먹기를 시도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선 체력이 중요한데 아들이 매일 등교 시간에 쫓겨 아침을 먹지 않고 허겁지겁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처음엔 서먹하니까 매일 밥상 위에 사자성어를 올려놓고 설명해주었죠. 식사 후 등교 때까지 남는 시간엔 같이 신문을 봤어요. 처음엔 소리내서 읽게 하고 모르는 단어는 설명해주거나 찾아보게 했어요. 그런 뒤 본인의 생각을 말하게 했죠. 그렇게 1년 동안 밥을 꼭 먹게 했어요."

그러면서 백씨는 아들을 직접 지도할 요량으로 논술지도사와 독서지도사 공부를 1년 동안 한 끝에 자격증을 땄다. 무조건 아들에게 독서하라고 잔소리하는 것보다 독서가 습관이 되도록 동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일 30분 이상 책을 읽는 습관을 키우도록 했어요. 시험기간에도 지키도록 했죠. 책은 주로 사서 봤는데 아무래도 빌리는 것보다 책의 소중함을 알고 한두 권 쌓일 때마다 성취감도 있기 때문이었죠." 아들이 초교 6학년에 올라갈 때부터는 독서일기를 꼬박꼬박 쓰도록 했다. 30분 정도 책을 읽고 5분 정도 책 내용이나 주제를 요약하도록 한 것.

또 매일 30분 정도는 신문 사설을 읽도록 했다. 단순히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3단계로 나눠 사설을 완전히 파악하도록 한 것. 처음엔 큰소리로 읽도록 하고 모르는 단어를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하면서 읽게 했다. 그런 뒤 의미가 잘 파악되지 않은 문장을 가르친 뒤, 마지막으로 3, 4개 문장으로 사설 내용을 요약하게끔 하고 있다. 그는 사설을 스크랩해 두었다 아들이 시간날 때 사전을 찾거나 요약하는 훈련을 꾸준히 시켰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자 아들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 우선 모든 과목의 성적이 서서히 좋아져 초교 5학년 말에 반 10등을 시작으로 성적이 꾸준히 올랐던 것. 또 그 전에 책을 거의 읽지 않던 아들이 초교 땐 일주일에 3권, 중학교 땐 한 권 정도를 꼬박꼬박 읽는 등 독서가 습관이 됐다. 꾸준한 신문읽기로 시사 상식도 풍부해졌다.

'아이가 한때는 굉장히 산만했어요. 아이가 초교 1학년 때 다녔던 학원의 원장이 아이 엄마에게 아들이 다른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하더라고요. 차마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못하고 말이죠. 제가 볼 때는 아들이 적극적으로 보였는데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산만하고 시끄러워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었죠."

그는 아들이 해낼 거라고 믿으면서도 지난날을 생각하면 새삼 놀랍단다. "지난 7월 아들에게 10대 인생 목표를 짜게 했는데 일단 첫번째 목표인 전교 1등은 달성했어요. 아들은 향후 법조인을 목표로 열심히 달릴 거예요. 물론 저도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코치 역할을 할 겁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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