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 잃지 않으렵니다" 中企노동자 고용유지훈련장

▲ 대구 달성공단의 한 제조업체 직원들이 한국폴리텍Ⅵ대학 달성캠퍼스에서 고용유지지원금으로 훈련을 받으면서 경기가 회복될 그날을 위해 희망을 키워 나가고 있다. 한국폴리텍Ⅵ대학 달성캠퍼스 제공.
▲ 대구 달성공단의 한 제조업체 직원들이 한국폴리텍Ⅵ대학 달성캠퍼스에서 고용유지지원금으로 훈련을 받으면서 경기가 회복될 그날을 위해 희망을 키워 나가고 있다. 한국폴리텍Ⅵ대학 달성캠퍼스 제공.

"왜 답답하지 않겠어요. 공장에서 열심히 일해야 할 시간인데 작업 대신 교육을 받아야 하니…. 하지만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공장이 '팍팍' 돌아갈 그 날을 위해 희망을 잃지 않으렵니다."

한국폴리텍Ⅵ대학 대구본부와 달성캠퍼스, 한국산업능력개발원 등에서 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훈련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체 노동자들. 이들은 작업장 대신 강의실에서 경기가 회복될 '그 날'을 기대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대구 대명동의 한국산업능력개발원에서 훈련중인 자동차 부품회사의 한 노동자는 "처음에는 회사 일감이 갑자기 줄어 작업 대신 훈련을 받는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그러나 주변에서 감원이나 휴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라도 교육을 받으면서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훈련생들도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이렇게 하루 8시간 정도 의자에 앉아 교육을 받으려니 좀이 쑤민다"며 "하루 빨리 작업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한국산업능력개발원 고광윤 원장은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한 훈련을 받는 업체가 9개 회사 500여명이며, 계속해서 그 수는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업주가 일시휴업이나 휴직을 할 경우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이탈을 하고 일정 기간 쉬고 난 후 현장에 복귀해도 작업능률이 떨어지는 반면, 고용유지 훈련을 받을 경우 이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고 직무능력 강화로 생산성 향상을 가져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립 부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정리해고 등의 '칼바람' 대신 일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 하는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자신과 회사를 되돌아 볼 수 있게 됐고, 조만간 작업장으로 되돌아 가 일을 다시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어 그런지 훈련 태도가 진지하다"고 전했다.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주로 회사와 교육기관의 조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듯 위기관리 능력 배양과 경영혁신, 실무 능력 향상 등의 프로그램이 많다.

한국폴리텍Ⅵ대학 달성캠퍼스 이능호 산학팀장은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의 분위기가 많이 가라 앉아 있는 만큼 사기를 북돋워 주고 재충전의 기회를 삼을 수 있도록 위기관리교육 및 현업과 연계된 교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현재 많은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정리해고나 감원보다는 급여가 동결 또는 삭감되더라도 고용유지를 바라고 있다. 정부가 각종 지원을 해주는 이유도 바로 고용유지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11월부터 12월 12일 현재까지 대구경북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은 580건으로, 지난해 11, 12월 2개월 동안 신청했던 56건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이도희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 기업지원팀장은 "이달 들어서만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400건이 넘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신청 업체의 80% 이상이 앞으로 계속 고용을 할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이들은 업무처리가 간편하며 사업주의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일시휴업이나 휴직을 먼저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근로자 이탈을 막고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훈련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북부고용지원센터 남택조 소장은 "종업원수가 50여명 미만의 영세 사업장이 많고 회사내 자체 독립 교육장을 갖춘 곳이 적어 몇개 업체와 합동 훈련이나 방문 훈련 등 다양한 지원스시템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훈련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있다. 훈련장에서 만난 일부 노동자들은 "훈련 프로그램의 상당 시간을 위기관리 및 경영혁신 등 정신교육에 너무 중점을 두고 있어 답답하다"며 "회사의 실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노동자들에게 교육 선택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하루 8시간 정도 실내 교육 받으니까 능률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고 강사진도 좀 더 다양하게 꾸려줄 것을 당부했다.

훈련 위탁을 한 전자 부품회사 사장은 "이 어려운 상황에 많은 인력을 훈련시키려니 사업주로서 부담이 되지만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고용유지 훈련을 선택했는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사업주나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빨리 이 어려운 '겨울'이 지나고 공장에서 계속 일하는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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