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면서 여야가 상임위에서 합의한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대폭 삭감한 정부 원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처사는 결국 한나라당이 겉으로는 지방신문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뒤로는 정부안을 통과시키는 기만행위라는 비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신문발전기금 75억원과 지역신문발전기금 57억원 등 132억원의 신문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이에 신문업계가 반발하자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국회에서 수정하면 그대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여야의원들이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예산 원상복구에 합의, 예결위로 넘겼다. 이 같은 여야 합의사항 발표는 예결위원이기도 한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직접 했다.
그런데도 지역신문 예산이 삭감된 것은 신문관련 예산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문광위에서 수정된 안이 예결위로 올라갔으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어느 쪽도 지역신문 관련 예산을 챙기지 않아 정부 원안이 통과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 측의 해명도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예결위 심사원칙은 상임위에서 삭감된 것을 증액할 때는 다시 상임위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만 정부안대로 처리할 때는 그런 절차가 필요없다"고 전제하고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예산이라도 예결위에서는 특별히 부탁하지않는 한 눈여겨보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예결위원장도 "쟁점예산만 신경을 썼지 그 예산에 대해서는 논의한 적이 없었다"면서 "예결위의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계수조정소위 위원 누구도 그 예산을 챙기지 않아서 몰랐다"고 해명했다.
결국 여야가 합의해 예결특위에 넘긴 예산안이라도 챙기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국회 예산안 심의에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지역신문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채 예산안이 통과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자 한국기자협회(회장 김경호)와 한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긴급 공동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대언론 사기극을 두고두고 새길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결국 여야 정치권이 앞에서는 기금의 원상회복을 약속하면서도 실제로는 아무도 나서지 않음에 따라 국민과 신문업계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는 지적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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