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당신은 인재입니까?

지금 자리에 안주하고 있지 않나/매일 향상시키려는 마음 가져야

일본 돗토리현 산요(Sanyo)전기 회사 정문 앞. 사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일렬로 도열 중이다. 한 대의 차가 입구에 멈추고 머리는 희끗하지만 강렬한 눈빛의 한 사내가 내린다. 그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완제품이 산더미처럼 쌓인 출하장. "오늘은 몇 트럭이나 나갑니까?"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이래선 안 돼! 오늘 출하량도 모르는 사람이 책임자라니. 고객과 접점이 되는 이곳이야말로 문제가 숨어있는 곳이오. 누구라도 알 수 있도록 시간대별 출하 관리판을 당장 세우시오. 컴퓨터 속 버려지는 정보보다 한 장의 판자정보가 나을 때가 있는 법이요."

다음은 제품생산 현장. 숨 가쁘게 돌아가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한쪽에 엄청난 재공품(대기 중인 제조부품)이 쌓여 있다. 그는 또 주문한다. "이 컨베이어 벨트를 뜯어내시오." "예?" 많은 논란과 시행착오 끝에 컨베이어시스템이 철거되고, 1인 작업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단 한 사람의 여자 기능공이 대표로 도전한다. 분업 때보다 좀처럼 속도는 나지 않는다. 부품배치, 기술습득 등 여러모로 합심한 4일째, 놀랍게도 분업라인의 표준시간보다 7초를 단축했다.

장면은 바뀌어 연말 축하회장. 많은 사람들 앞에 예의 그녀는 눈물을 보이며 소회를 밝힌다. "처음에는 왜 이런 것을 주문하나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제는 자부심과 생산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생산성과 품질을 높임으로써 중국에 빼앗겼던 우리 일자리를 되찾게 된 것입니다." 모여 있던 회사 동료들은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2001년 일본 국영 NHK 방송이 제작해 시청자들의 폭발적 요청에 의거, 무려 7회나 재방영된 특집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은 지난 20여년간 도요타생산방식(TPS)을 접목해 셀(cell)방식, 1인 포장마차방식 등 독특한 경영지도로 일본 기업들을 회생시킨 야마다 히도시(山田日登志) PEC(Productivity Education Center) 소장. 그는 소니, 캐논 등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일본 유수 대기업을 포함해 320여개 기업을 지도하였고, 그가 지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업의 주가가 올라간다니 가히 영향력을 짐작하고도 남는다.(작년 그가 낸 세금은 우리 돈으로 무려 75억원에 이른다)

3주 전, 그를 취재하는 국내 한 방송사의 일본 현지취재에 동행한 적이 있다. 단출한 PEC 건물 어디에도 수십명에 이르는 컨설턴트들의 모습과 책상은 보이지 않는다. 입구 초입 고객 응대를 위한 안내데스크만 있을 뿐. "개별책상이라든가 서류 같은 것은 없다"고 그는 잘라 말한다. 현장을 지도하는 사람들이니 답이 있는 현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

"낭비를 없애서 좋은 회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익을 낸다는 건 경쟁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낭비란 일한 것에 대해 고객이 돈을 지불하지 않는, 즉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헛일을 말합니다. 당신의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그건 바로 낭비를 제거하는 인재가 없다는 뜻입니다. 낭비제거는 다른 말로 향상시키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매일 향상하려고 마음먹지 않으면 낭비는 보이지 않습니다."

올해 70세인 야마다 소장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26세 되던 해, 일본 유수의 신문사 기자직을 사퇴하고 컨설턴트 공부를 시작했다. "내게 할당된 일은 하루 한 개의 기사를 쓰는 일이었는데 1년쯤 되니 업무에 익숙해져 아득바득 일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점심 먹으러 나갔다 4시경 신문사에 들러 원고 쓰는 게 고작이었지요. 어느 날 문득 위기의식을 느꼈습니다. 그런 위기의식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겁니다."

오늘날 보통의 직장인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입으로는 "바쁘다"를 부르짖고 있지만 자신이 얼마나 많은 낭비를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반문한다. "여러분들은 다른 회사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까? 직장을 수업료를 내지 않는 학교라 생각하고 여러 가지 능력을 키우려고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까? 혹 자신의 명함이나 직위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양현주(경영지도사·영남이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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