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서 '뜻깊은' 첫 공연 2題

▲ 통기타 가수 이미숙
▲ 통기타 가수 이미숙
▲ 교사 풍물패
▲ 교사 풍물패 '울림터'

처음은 언제나 부끄러움이다. 설렘과 기쁨이다. 무언가를 시작하면 누군가에게 한번쯤은 보여주고 싶지만 선뜻 내보이지 못하고 주저하기 일쑤다.

2008년도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또다시 한 해를 머뭇거리고 싶지 않아 몇해를 부끄러워 감춰오던 그 설렘을 살포시 꺼내 '첫 공연'을 준비한 이들을 찾아갔다.

◆통기타 가수 이미숙 콘서트

"삶의 절반을 노래에 묻혀 정신없이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이들의 노래가 아닌 내 가슴과 내 몸으로 만들어낸 내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통기타 가수 이미숙씨가 데뷔 20년 만에 첫 음반 'First time, 고마워요' 발표기념 콘서트를 오는 20일 오후 7시 30분 안동대 솔뫼문화회관에서 갖는다.

이날 발표할 첫 음반에는 해맑은 웃음과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를 꼭 빼닮은 맑고 아름다운 10곡의 노래가 실려 있다. 이씨가 글을 쓰고 곡을 붙인 타이틀곡 '고마워요'는 사랑하는 마음의 설렘과 행복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어린이들과 함께 부른 '내 어릴 적에'는 숨바꼭질과 술래잡기, 인형놀이, 가위바위보 등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던 옛 추억에 흠뻑 젖어들게 한다.

특히 '바람되고 구름되어'는 청바지와 기타를 수없이 부수고 찢어, 노래 부르는 자신을 끝까지 못마땅하게 여기셨던 보수적 아버지의 황망한 죽음 앞에서 얼얼한 가슴을 쓸어내리고 숨죽여 울면서도 밀려오는 그리움을 떨칠 수 없었던 막내딸의 애잔함이 스며있다.

이미숙씨는 "나를 사랑해주고, 노래하는 내 모습을 아껴주는 팬들에게 보여주는 작은 사랑의 시작"이라며 "지난 8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그동안 해왔던 작업을 정리해 음반으로 발표했다. 자연과 동심이 어우러진 초록색 같은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씨는 노래를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가수 백영규씨를 만나 백씨의 8집 앨범 '떠나고 싶어라'에 객원싱어로 데뷔했다. 이후 2년여 세월을 서울에서 지내다 고향으로 내려온 뒤 본격적으로 '통기타 가수', '향토 가수'로 활동, 30~40대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지금의 이씨는 평온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노래 활동을 하지만 지난 세월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보수적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나 '노래'가 삶의 목표가 되기까지 아버지의 반대와 사회의 따가운 눈총이 장벽이 되기도 했다. 한때는 연예인의 꿈을 꾸며 서울생활을 했지만 그에게는 어릴적 추억이 남아있는 안동에서의 활동이 가장 행복하다.

이씨는 "안동을 비롯해 북부지역 곳곳을 다니며 무대에 섰지만 첫 앨범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는 설렘과 함께 부끄러움, 두려움이 있다"며 "이번 공연 수익금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팬들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어려운 이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했다. 공연문의 054)841-2900, 841-8999.

◆교사 풍물패 '울림터' 정기연주회

아이들에게 해맑은 웃음을 주기위해 시작했던 사물놀이가 이제는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게 된 교사 사물놀이 연구회 '울림터'가 17일 오후 7시 안동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첫 정기연주회를 마련한다.

지난 2001년 19명의 교사들이 모여 컴퓨터와 전자오락 등으로 찌들어가는 아이들의 인성을 보듬고 전통 문화의 신명을 전해주고 싶어 사물놀이를 배우기 시작한 지 벌써 7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교사들은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배운 가락과 몸짓을 가르치면서 신명나는 학교생활을 만들어 주고 있다.

권오희(영호초교 교사) 회장은 "사물놀이를 통해 다른 악기들이 서로 어울려 구름과 바람, 비와 천둥소리를 내듯이 아이들도 친구, 이웃들이랑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한다"며 "비록 볼품없는 솜씨지만 첫 연주회를 통해 새로운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번 첫 연주회에서는 국립국악원 최병삼 지도위원과 (사)한미례 문화예술 한미례씨의 지도로 삼도 설장구, 영남가락, 북모듬 가락, 웃다리 풍물, 이매방류 입춤, 장구를 위한 연습곡 등을 연주한다.

이승민(30·일직초교) 교사는 "지난 3월에 학교 풍물패를 구성해 9월 안동에서 열린 화랑문화제에서 사물놀이 부문 은상을 차지했다"며 "아이들에게도 사물놀이는 배우기 쉽고 정감있는 우리가락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성희여고 한민정 학생의 어머니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희경씨는 "선생님들의 열정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소리로 들었다. 그들과 함께 준비한 공연에서 신명 속으로 흠뻑 빠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그동안 안동 정상동 (사)한미례 문화예술 지하 연습실에서 매주 한 차례 만나 구슬땀을 흘렸다. 수십년간 서양음악에 길들여졌던 서툰 몸짓으로 배워나가는 동안 몇명의 동료들은 포기하거나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에겐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큰 힘이 됐다. 첫 연주회를 앞둔 이들의 가슴 둥당거림이 마치 휘몰이 가락의 둥둥거림과 같다.

한미례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구나 우리가락을 연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자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 풍물패의 우리가락 사랑과 첫 연주회는 자랑스럽다"며 많은 이들이 자리를 함께 해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연문의 054)841-5753 .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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