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으로 자녀의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을 놓고 부모들이 고심하고 있다.
올해 대입 수능시험을 치른 아들을 둔 A씨는 요즘 아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수시전형으로 서울 상위권 사립대학과 지역의 국립대학에 모두 합격한 A씨의 아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속칭 '인 서울'(in Seoul)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A씨의 회사는 2개월째 생산을 줄이고 있고 명예퇴직을 검토 중이며, 회사 측이 밝힌 명퇴 대상에는 그도 포함돼 있다.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할 힘이 없어진 A씨는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지역의 대학을 나와도 충분히 꿈을 펼칠 수 있다"며 서울행을 만류하며 설득 중이다.
그러나 정작 아들의 학교 선생님이나 선배들은 "나중을 생각하면 서울가는게 백번 낫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서울로 가라"고 충고를 해 A씨 부자는 고민에 빠져 있다.
또 B씨는 서울의 유명 사립대 상대(商大)를 지망하는 딸에게 "두 말 말고 학비 덜 들고, 취직걱정 덜한 교대(敎大)가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지방에 사는 걸 한탄해야 할까요, 아니면 급여도 제대로 못주는 회사를 원망할까요, 그도 저도 아니면 제법 괜찮은 성적을 낸 자식을 원망할까요?"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원망스럽다는 B씨는 "딸의 담임 선생님에게 현재 처지를 설명하고, 그를 통해 딸의 교대진학을 재차 설득하겠다"고 했다.
수시합격자 등록을 앞두고 대학 입시생과 부모 간에 이 같은 속앓이는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특히 학비에다 별도의 생활비를 부담해야 하는 '서울 유학'을 둘러싼 부모와의 의견차로 자녀가 가출하는 일도 발생하는 등 극한의 경기불황 속에 맞는 올해 대학입시는 시작단계부터 '눈물' 고난길을 예고 하고 있다.
포항의 한 고교 K교사는 "A씨나 B씨 같은 사례가 올해 유난히 많다"고 전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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