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한 외식메뉴가 자장면이라면 70년대를 접어들면서 선호 외식메뉴는 단연 돈가스였다. 돼지 등심을 잘라 방망이로 얇게 두들겨 펴서 밀가루'계란'빵가루에 묻혀서 쇼트닝에 튀겨 낸 다음 밀가루를 식용유에 볶아서(Brown Roux) 만든 브라운소스에 케첩을 넣어 만든 소스를 곁들여 주는 음식메뉴다. 돈가스는 프랑스요리의 코트레뜨(Cotelette)에서 시작, 영어로 커틀렛(Cutlet)이 되었고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일본식 발음으로 '가쯔레쯔'로 변했는데 여기서 돼지 돈(豚)에 가쯔가 합성되어 돈가쯔가 되었다.
그 시절의 돈가스는 원가부담을 우려, 고기의 양을 작게 하되 최대한 넓게 두드려 펴서 빵가루를 한번 더 묻혀 튀기는 방식으로 두텁게, 양이 많게 보이도록 했다. 소스는 정통 재료 구입이 어려워 토마토 케첩을 많이 사용했다. 당시 토마토케첩은 지금과 달리 신맛이 강하고, 또 염료제를 사용한 탓인지 음식에 넣으면 붉은 색으로 착색되곤 하였다. 품질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떻든 새콤달콤한 케첩의 맛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맛이었고 또 양식을 먹었다는 것은 어린이들 사이에 대단한 자랑거리가 되었기 때문에 돈가스의 인기는 높았다.
이때 양식은 대중화 되지 못한 관계로 돈가스나 햄버거의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때의 서양식 맛은 조리사가 주도해 나가던 때였다. 케첩을 너무 많이 사용한 돈가스 소스가 '시큼하다'고 손님이 불평하면 조리사가 나가서 손님에게 "돈가스 소스는 원래의 맛이 시큼한 것이다"고 하면 손님이 수긍하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양식 맛에 대해 일반인이 무지했던 시절 이었으며 그나마 자주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를 접어들면서 돈가스도 새로운 시장이 형성, 다양하고 질 좋은 재료가 공급되고 있으며 육질과 소스 맛은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1990년 후반 2대에 걸쳐 전통을 이어오는 일본의 돈가스 전문점에 간적이 있다. 그곳의 돈가스 관리'운영시스템은 놀라울정도로 과학적이었다. 우선 가게를 이어받은 주인은 30대 후반의 대학병원 의사로, 의사직을 버리고 가업을 이었다는 사실과 돈가스 하나에도 혼신을 힘을 다하고 정열을 쏟아놓는다는 데서 감동을 받았다. 그곳에서 여러가지 노하우를 배워 현재 레스토랑을 운영에 적용하게 되었다.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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