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오톱 이야기]꿈 테라피

꿈은 친절하지 않아…그대로 해석하지 말기를

아침이 되면 지난 밤 꿈에 대해 스스로 해몽하는 사람들이 많다. 꿈이 말해주는 답은 여러가지다. 30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소년이 꿈에서 큰 빌딩이 비행기가 부딪혀 무너지는 장면을 생생히 보았다. 당시 미국으로 이민을 준비하던 터라 자신이 속해 있던 심리적 세계가 무너지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장년이 된 소년은 실제로 자신이 살고 있던 뉴욕의 9.11테러 장면을 TV를 통해 보게 되었다. 이처럼 꿈은 여러 의미를 가진다. 미래를 예시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의식세계를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자신의 건강상태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느 날 아침 고교생인 딸 "말(馬)이 쫓아와서 친구와 웃으며 도망쳤는 데 재미있었다"고 했다. 색깔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그 꿈이 엄마 꿈이라면 말(言)을 잘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평소 내성적이어서 말(言)을 잘하길 원했잖니"라고 말하자 딸의 얼굴이 변하면서 "사실은 어제 인터넷으로 성우시험을 봤는데 엉망이라고 친구들이 그랬어"라고 답했다.

이는 꿈테라피에서 하는 펀(PUN)이라는 방법이다. 말(馬)과 말(言)은 동음이의어. 꿈은 친절하지 않다. 보이는 그대로 해석하지 말라고 한다. 입으로 말하는 말(言)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달리는 말(馬)로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의미나 해석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꿈을 꾼 딸만이 알 수 있다.

막 사춘기에 들어선 아들은 드라큐라에게 쫓기거나 실체가 없는 그림자 괴물에게 쫓겨 제자리를 맴도는 꿈을 꾼다. 하는 말마다 꼬리를 잡고 틱틱거리기에 한동안 힘들었다. 하지만 꿈이야기를 듣고는 아들의 혼란스러움이 이해됐다. 아들도 자신의 꿈이야기를 하면서 좀 누그러지는 듯 했다.

이처럼 꿈을 나누는 것은 가족간 소통의 기회이며, 직장에서는 일의 효율을 높인다.

꿈테라피는 서로 마주보고 바닥에 앉아 지난주에 있었던 이야기나 지금의 마음상태를 나누고 마음모으기를 한다. 눈을 감은 뒤 서로 손을 잡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장 원수(?)같이 미운 사람을 떠올리며 그들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빛이 흘러들어갔다가 나온다는 상상을 한다. 그후 각자의 꿈을 간략하게 말하고, 그날 작업할 꿈을 팀원끼리 결정한다. 꿈이 결정되면 꿈꾼 사람은 자세하게 다시 이야기 한다. 팀원들은 꿈에 대해 ▷기분이 어땠는지 ▷누구와 있었는지 ▷같이 있었던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등을 묻는다. 각자 자기 꿈인 것처럼 상상하면서 머리로 그림을 그리고 느낌을 이야기한다. 이를 투사라고 한다. 이때 반드시 '이 꿈이 내 꿈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붙여야 한다.

팀원이 다른 이의 꿈을 듣고 투사하면 자신의 꿈이 될 뿐 아니라 내면이 그 꿈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자신이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든지 미처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런 게 있었구나 라고…. 꿈꾼 사람 뿐 아니라 팀원 모두의 투사는 각자의 것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함으로써 팀원 간 결속력과 이해도는 더욱 높아진다.

박선희(곰네들누리터) cafe.daum.net/gomned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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