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크린 골프장' 송년회 장소로 인기

모든 업종이 불황이라고 울상이지만 스크린 골프장은 호황이다. '많은 돈 들여 필드에 나가 추위에 떠느니 차라리 실내에서 저렴하게 즐기자'는 식의 실속파 골퍼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17일 오후 7시쯤 포항 대이동 한 스크린 골프장은 만원이었다. 고객 대부분은 2, 3일 전 예약을 한 직장인들로 성수기 주말 골프장처럼 영업이 끝나는 자정 무렵까지 '부킹(예약)'은 가득 찼다. 예약없이 찾아와 즉석에서 '끼워넣기'를 부탁하는 고객도 눈에 띄는 등 실제 골프장과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업소 측은 "모든 방이 다 망년회 중"이라고 했다.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이 필드행에 부담을 느끼는데다 포스코그룹처럼 임직원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발동하는 기업이 늘면서 송년회 장소로 스크린 골프장을 애용한다는 것.

이날 만난 P사 A부장은 "팀장급끼리 2개팀을 짜 왔는데 지난주 이후 3번째 스크린 골프장 송년모임"이라고 했다. 또 H사 K차장은 "연말 '스크린 회동'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18홀 게임비와 맥주 몇 잔 마실 비용을 모두 합쳐 3만원 정도면 서너시간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다음날 과다한 음주와 비용지출 등에서 비롯되는 후유증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꼽았다.

당구장도 송년회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포항 대도동, 대이동, 해도동 등 공단과 인접한 당구장은 오후 7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송년 단합대회를 겸한 직장인들로 넘쳐나고 일부 업주들은 과메기와 맥주를 서비스하면서 손님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포항공단 J사의 총무·인사 2개 부서는 최근 남자 직원 전원이 흰색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정장 차림으로 '신사들의 송년회'라는 제목으로 이색 모임을 갖기도 했다.

현대제철 김철운 차장은 "올해 송년 행사는 실내 스포츠를 통한 화합 다지기가 대세"라고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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