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곳간 채워라" 은행권, 예금유치 사활

전 세계가 금리를 내리는 가운데 미국은 제로 금리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불과 두달 새 기준금리가 무려 2.25% 포인트나 내려갔다.

하지만 요즘 금융회사 창구를 찾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예금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곳간을 이른 시일 내에 채워 이를 바탕으로 대출을 늘리라"는 금융감독당국의 주문 때문이다. 곳간을 채우기 위해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이자율을 올리는 방법으로 예금을 빨아들이려는 것.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시중은행들의 1년짜리 정기예금 고시금리는 연 7%를 넘었다. 씨티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7.00%에 이르렀고 제일은행도 7.00%다.

'은행보다 더 높은 이자율'을 내걸고 있는 저축은행 이자율도 동반 급상승 중이다. 삼화두리저축은행은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7.50%까지 올렸다. MS저축은행이 7.30%, 대원저축은행도 7.30%다. 유니온저축은행과 예한울저축은행, 대아저축은행도 7.10%로 올렸다.

저축은행들의 평균금리는 지난 10월 말만 해도 6.97%였는데 이달 15일을 기준으로 7.10%로 올라갔다. 최근 두달 새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 포인트 넘게 떨어진 사실을 머쓱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대구시내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돈 가뭄이 심해진 시중은행들이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잇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하면서 저축은행도 이를 따라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도 "금융감독당국이 '빨리 자본건전성을 회복해 대출을 열심히 하라'고 채근하는 바람에 무리를 해서라도 예금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예금금리 오름세는 은행들의 예금 유치경쟁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중순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금융감독당국이 은행권 자본건전성 확보 시한으로 정한 다음달 중순 이후에야 은행권의 예금 끌어들이기 경쟁이 끝나면서 금리도 하향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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