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7년 오스트리아 토플리츠 호수에서 놀라운 물건들이 인양됐다.
발견된 9개의 대형 철제함에는 나치 친위대 비밀문서가 가득 차 있었다. 1945년 패전 직전 독일군이 후퇴하면서 이 호수에 전리품 등 보물을 투하하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이 호수는 전 세계 보물 탐사꾼들의 표적이 됐다. 1980년대 들어 오스트리아 해군 특수부대가 대대적인 호수 수색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 호수에서 발견된 물건 중 가장 주목을 끈 것이 영국 파운드화 지폐였다. 2차 대전 당시 영국 경제를 마비시키기 위해 독일군들이 정교하게 제작한 위폐였다. 이 사건으로 유태인 수용소에서 독일군이 140명의 위폐 전문가들을 투입해 지상 최대의 위조지폐 사건 '베른하트 작전'을 펼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카운터페이터'는 이 작전에 투입된 유태인 인쇄공들의 갈등을 그린 독일 영화다. 독일군에 악용되지 않으려는 신념파와 죽지 않기 위해서는 위폐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존파의 대립이 주된 줄거리다. 기한 내에 위폐를 만들지 않으면 전원 몰살될 수 있는 절박한 생존의 기로에서 신념을 내세울 수 있을까. 영화는 "죽으면 신념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묻는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각종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쏟아지고 있다. '아부의 기술'과 '생존의 기술' 등의 책이 널리 읽히고, 영화계에서도 '몽실언니'와 같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견디는 주제의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생존 전략은 최대한 엎드리고, 견뎌라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현금 자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은 자리를 고수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윈스턴 처칠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요, 어떤 공포에서도 승리요, 그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승리해야 한다. 승리 없이는 생존이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살아남기 위한 승리와 분투를 촉구하는 말이다.
어린 시절 죽마고우가 어긋난 삶을 살면서 대립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짝패'에서는 의미 있는(?) 대사가 나온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야."
바야흐로 얼음 속에서도 살아남기를 기원하는, 冬眠(동면)의 시대다.
김중기 문화팀장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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