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기행]대구 동구 중대동 '에소커피'

불로동을 벗어나 파군재삼거리에서 팔공산 파계사 방면으로 달리다가 화성그린빌 전원주택단지를 지나자마자 바로 왼쪽 기성삼거리쪽으로 빠지는 샛길의 모퉁이, 대구 동구 중대동 390의 3번지에 위치한 '에소커피(982-8872)'는 대구에서 커피전문점으로는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진 곳이다.

2000년부터 이씨의 남편이 로스팅머신(커피 볶는 기계)을 직접 개발, 커피를 볶으면서 '에소커피' 브랜드를 지켜오고 있는 이곳에서 커피를 팔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로 9년째 커피명가의 자부심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테이블마다 적힌 '볶은지 7일이 지난 원두는 향미가 떨어지고 산화돼 몸에도 좋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다'는 글귀가 선선한 커피를 사용하는 집임을 말해주고 있다.

홀 어느 곳에 앉아도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집의 장점이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가산산성, 안쪽으론 팔공산이 바라보이고 앞쪽으론 중대동·덕곡동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를 유리창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뒷편 화단의 오래된 목련 두 그루는 벌써 내년 봄을 준비하는 듯 강한 바람에도 꼿꼿하게 서 있다.

이곳의 포인트는 우산이 꽂힌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 실내지만 전원주택의 야외처럼 느껴지게 하는 소품들이다. 각종 식물을 담아 정성껏 키운 50여 개의 화분이 전원 분위기를 더해 준다. 40여평의 가게 한켠엔 '커피 로스팅' 머신이 있고, 생두 가마니도 4개나 놓여 전문점의 이미지를 굳혀주고 있다.

입구 쪽 창가에는 누구나 앉아서 정보검색을 할 수 있도록 노트북 3개와 스탠드형 의자를 배치하는 등 젊은층에 대한 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곳 커피는 갓볶은 원두의 고유 향에다 팔공산 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맑은 공기와 잘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고 있다.

"주말에는 20대 젊은층, 평일에는 30~50대의 주부들을 중심으로 한 커피 마니아들이 찾고 있어 하루도 가게를 비울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이희정(42) 사장은 커피 생콩을 볶는 로스터에다 커피를 갈아 뜨거운 물로과 증기 등으로 내리는 커피 바리스타,·그리고 웨이트리스 역할을 겸하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7일에 이어 11일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이곳을 찾았을 땐 주인 이씨가 에스프레소 기계 앞에서 커피를 만드느라 바쁜 표정이었다. 손님이 세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 테이블이 10개도 안 되니 손님이 많아 보였다.

주문도 하지않았는데 이씨는 커피 두 잔을 들고 왔다. 한 잔은 기자가 들를 때마다 주문하는 드립커피(예르가체프) 이고, 한 잔은 이씨가 마시려고 가져온 아메리카노였다. 그런데 커피점 주인은 왜 아메카노나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실까? 커피점을 하다보면 제맛이 나는 지 테스팅하기 위해 마시는 커피만도 상당량인데다 지인들이 찾아오면 함께 마셔줘야 하는 양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카페인 성분 섭취를 줄이겠다는 의도이다. 아메리카노는 증기로 순간적으로 뽑은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타기 때문에 드립커피보다는 카페인성분이 적다. 드립의 경우는 오랫동안 천천히 분쇄한 커피 원두에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증기로 뽑아내는 에스프레소에 비해서는 카페인 함량이 휠씬 많다. 손님의 취향을 알고 알아서 커피를 내주는 것도 커피바리스타의 센스다. 물론 사람에 따라 즐기는 농도와 콩조류까지 알면 금상첨화겠지만. 이곳에서는 커피와 함께 냉동생지를 발효시켜 직접 오븐에서 구워낸 미니크로와상과 비스킷이 따라나온다.

이곳 메뉴는 원두커피(드립,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카페라떼, 카푸치노, 카페모카, 마끼아또, 에스프레소꼼빠냐, 캐러멜라떼 등 커피류와 허브 등 몇가지 차종류에다 관련냉음료. 가격은 5~6천원대다. 주류는 주인이 만들줄 아는 단 한 종류의 칵테일과 맥주 뿐인 그야말로 커피전문점이다. 주인 이씨는 "마시는 보석, 커피에 자연과 정성을 담았다"고 말한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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