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발라드는 가을과 겨울에 꼭 어울린다. 스산하고 애절한 감성이 가을과 겨울 분위기에 제격이다.
새 앨범 '원스(Once)'는 이수영의 감성 발라드를 2008년에 맞게 재현한 음반이다. 타이틀곡 '이런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질게 이별을 선언하는 여자의 아픔을 담은 발라드곡. 애잔한 노래의 분위기처럼 조용히 팬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이수영은 예의 차분하고 침착한 말투로 새 앨범과 그간의 근황에 대해 전했다.
"타이틀곡 선정에 도박을 좀 했어요. 과거보다 쉬운 발라드를 선보이기로 하고 부른 노래죠, 그간 히트곡은 많았지만 대중들이 쉽게 부르지 못하는 노래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국민가요를 갖고 싶어서 조금 밋밋해도 이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정했죠."음반에는 이밖에도 일본밴드 알피(Alfee)의 노래 'Rockdom-風に吹かれて'에 이수영이 직접 가사를 쓴 '첫사랑 그 아이'와 시인 김남조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곡 '너를 위하여 (Song for Moving Heart)' 등이 실렸다.
"'첫사랑 그 아이'의 가사는 제 경험입니다. 제 음색 때문인지 심수봉 선배님의 노래를 리메이크 해 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심수봉 선배님의 노래는 아니지만 그런 감성을 가진 일본 노래를 리메이크 하게 됐죠."
이번 음반은 그에게 첫 번째 미니앨범이다. 1년여가 넘는 공백 끝에 나온 음반이기도 하다. 이수영은 활동을 하지 않는 기간 동안 '잠행설' 등에 휘말리기도 했다. 오랜만에 인사를 하면서도 정규 음반이 아닌 미니앨범을 내는 것에 대해 이수영은 "앨범을 낸 것 자체가 감사할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전 1집보다 2집이 잘됐고, 3집보다 4집이 잘 됐어요. 가수 활동이라는 게 그렇게 계속 발전하는 것인 줄 알았죠. 그런데 3년 전부터 회사 문제를 겪으면서 세상을 달리 보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제가 너무 어벙했어요.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는데 3년이 걸린거죠."그간 이수영은 전 소속사와의 불화와 이에 따른 송사, 새로운 소속사와의 문제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자고 일어기만 하면 또 문제가 터져 노래하는데 내 모든 것을 쏟을 수 없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나를 되찾는 시간을 통해 '이수영에게는 음악만이 돌파구'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진 않아요. 그냥 '이수영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내 자신에게 힘을 주고 싶은 마음에 발매했죠. 그런데 이 음반은 나 자신에게도, 대중에게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어요. 이 음반을 내기 전까지 저는 너무 많은 일을 겪었고, 너무 많이 침전해 있었죠. 그런데 음반을 통해 역시 나에겐 음악뿐이라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됐어요. 더불어 팬들의 사랑도 받고 있고요."이수영은 자신의 음악이 '대박'을 기록하지 못해도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줄 수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을 거뒀다고 믿는다.
"요즘은 마음에 상처를 가진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악플러들도 그런 사람들인 것 같고요.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해요. 이 시대에는 장인정신을 갖고 음악을 하는 가수들이 아쉬워요. 전 인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이수영은 '이런 여자' 뮤직비디오에도 직접 출연하며 연기 도전을 했다. "연기는 정말 할 짓이 아니더라"면서도 그녀는 조심스럽게 뮤지컬에 도전할 계획을 밝혔다.
"뮤지컬 연기를 하고 싶어요. 기회도 몇 번 있었죠. 잘 하면 조만간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 이미지 때문인지 지고지순하면서도 춤을 거의 안 추는 역할만 들어와요. 저, 시키면 다 하는 성격인데.(웃음)"
이수영은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런데 문제는 말발. 조근조근 말을 잘 하는 이수영이지만 토크 프로그램의 꽃인 '에피소드 공개'에는 한 없이 약하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탓에 술자리를 잘 가지 않아 알고 있는 사건사고가 도통 없다.
"사교계로 진출하려고 해요. 그게 다 예능 프로그램용 에피소드를 쌓기 위함이죠. 그런데 술을 안마시니 될지 모르겠네요. 사실 데뷔 후 9년간 별다른 쇼킹한 사건이 없어서 할 말이 없어요. 어쨌든 최선을 다 해서 '토크'를 해볼 생각입니다."
79년생인 이수영은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이다. 내년이면 만 나이로도 서른이 된다. 절친한 친구인 박경림이 결혼을 했고 자신 역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다.
"연예가 그렇게 쉽게 되던가요? 전 안 그렇던데. 마지막 사랑인 것 같은 사람을 아직 못 만났어요. 경림이나 다른 사람들은 '결혼할 사람은 한 눈에 알아본다'던데 전 그런 느낌을 아직 모르겠어요. 사실 경림이가 좀 부러워요, 시집을 잘 갔거든요. 저한테도 좋은 일이 있겠죠."
남자 대신 음악과 만나고 있는 이수영. 음악만으로도 충분한 그녀가가 토크쇼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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