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머니]멋진 엄마들-남산그린아파트 어머니도서관운영위원회

대구 남산그린아파트엔 109㎡의 좁은 공간이지만 3천권의 책을 들여 놓은 소중한 도서관이 있다. 2006년 6월에 15명의 열혈 엄마들에 의해 탄생한 이 아파트 도서관은 올해 중구 우수 문고로 지정된 뜻 깊은 장소. 보통의 아파트들이 도서관의 '도'자도 꿈꾸지 못할 때 엄마들이 뜻을 모아 책 읽을 공간을 마련한 게 벌써 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매주 월'수'금 3차례씩 오후 3~5시 도서관을 운영해요. 15명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한사람씩 돌아가며 도서관 대출'반납 업무를 맡고 있죠." 도서관이 처음 문을 연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는 김향분(42)씨는 "다들 바빠 더 이상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게 안타깝지만 엄마들의 봉사 정신이 아니었다면 도서관 운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를 비롯한 아파트 엄마들이 도서관 운영을 결심한 것은 아이들이 책을 읽을 가까운 도서관이 없어서다. 엄마들은 같은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책을 기증받아 도서관에 채워 넣었고, 초창기 땐 경기'서울 마을문고까지 발품을 팔며 책을 구했다. "지금도 책을 구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 유아와 초교 저학년생이 도서관을 제일 많이 찾는데 요즘 아이들 눈이 얼마나 높은지 신간 아니면 잘 찾지 않거든요." 김씨는 "책이 부족해 1인당 3권으로만 대출권수를 제한하고 있다"며 "마음껏 책을 빌려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나아졌다. 우수 문고로 지정돼 중구청에서 예산을 지원받았고, 덕분에 신간을 들여 놓은 것은 물론 책 전산화 작업까지 마무리한 것. 지금까지는 일일이 손으로 적어 대출'반납을 기록했는데, 이젠 책에 바코드를 붙여 관리가 한결 편해졌다. 엄마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주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신간을 제때 구해야 한다."며 "단 한질이라도 출판사와 서점에서 재고 책을 지원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고 환히 웃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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