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어 公교육이 되레 私교육 부채질

18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과 초교 영어수업 확대 계획은 자칫 영어 사교육시장을 더욱 확대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 정권 출범 전부터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이 알려지면서 영어학원이 크게 늘고 있는데다 유치원, 태권도 및 속셈학원까지 영어수업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상태여서 앞으로 영어과외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초교 4학년 딸을 둔 이영화(39·대구시 북구 관천동)씨는 "가뜩이나 영어과외에 대한 부담이 많은데 학교에서 영어수업 시간이 늘어나면 영어공부를 더 시켜야 되지 않겠느냐"며 "그동안 동네 영어학원에 보냈는데 앞으론 수강료가 더 비싸더라도 큰 학원에 보내야겠다"고 말했다. 아들을 유치원에 보낼 계획이던 박영애(35·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씨는 "초교에서 영어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대비해 유치원보다는 아예 영어학원 유치부로 방향을 바꿀 생각"이라고 했다.

영어교사들도 영어 공교육 강화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 A고 김모 교사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국가단위의 영어평가시험이 도입되고 초교 영어수업이 늘어나면 과외시장은 더 커지게 된다"며 "공교육 강화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영어교사모임 조자룡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MB정부 초등영어 확대 정책 사교육 조장할까'란 주제의 교육토론회에서 "초등 영어수업 확대는 최근 국제중 설립과 맞물려 사교육 시장만 팽창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능 외국어영역 시험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수도권 대학들이 1~3등급으로 구분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성적을 별도로 요구할 경우 학생들에게는 이중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B고 최모 영어교사는 "지금도 입시 때 토익이나 토플 성적을 보는 대학들이 있는데 국가단위 영어평가시험이 시행되면 이를 대입전형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며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만든 시험이 대입을 위한 또 하나의 시험이 돼 영어 사교육시장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성구 범어동 C영어학원 원장은 "영어 공교육 강화는 사교육시장에서는 큰 호재가 되고 있다"며 "지난해 연말부터 영어학원이 크게 늘고 있으며 서울의 유명 프랜차이즈 학원들이 대구에 잇따라 진출하는 현상이 이를 잘 말해 준다"고 했다.

교과부는 18일 토플, 토익 대신에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2012년부터 시행하고 초교의 영어수업 시간을 2010년부터 주당 1시간(초교 3·4학년 1시간→2시간, 5·6학년 2시간→3시간)씩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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