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은행권 20兆 자본 투입, 국민 부담 안 되게

정부는 20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 내년 1월 중 은행에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이 10조 원을 마련하고, 산업은행과 기관'일반투자가가 10조 원을 출자, 은행 채권을 사들여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은행권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지금 전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국내 은행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본시장이 붕괴되면 실물경제를 살릴 투자 여력조차 없어진다. 은행이 권고기준치인 기본자기자본비율 9% 달성을 위한 소요자금이 11조 원으로 추정되는데도 한국은행이 필요 자금의 2배 정도로 넉넉하게 규모를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처럼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이 아닌 대출 형식으로 은행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 돈을 찍어서라도 은행을 돕겠다는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금융공사가 최대 7조 원까지 사들이게 되면 서민생활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들이 '준공적자금'이라는 점이다. 물론 미국도 위기 극복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달러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마당인데 정부가 은행을 시장 기능에만 맡겨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정팽창 정책은 어쩔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 그렇더라도 은행권은 스스로 위기 시 역할을 다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은행원 평균임금은 6천800만 원으로 섬유업종의 2배를 넘는 상황에서 또 국민의 세금으로 배를 불린다는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 지원 이후 얼마나 철저한 자구 노력이 뒤따르는지 국민은 눈여겨볼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