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려보았듯이 오페라 속에는 서곡이나 전주곡 또는 간주곡들처럼 관현악곡들이 적지 않게 삽입되어 있다. 그러니 오페라를 다만 성악곡들의 향연이라고만 보는 것은 옳은 것만은 아니다. 오페라에 나오는 관현악곡들 중에서 많은 수가 독립된 관현악곡으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명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오페라가 아닌 일반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도 오페라 속의 관현악곡들이 많이 연주되고 있다. 그런 콘서트들 중에서는 다만 오페라 갈라 콘서트 같은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진지한 콘서트도 많고, 베를린 필하모니 같은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에서도 오페라 속의 음악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그런 오페라 관현악들은 주로 서곡, 전주곡, 간주곡, 장면변환 음악 또는 발레 음악이나 오페라 속의 정경을 그린 곡들이 많지만, 그 중에 행진곡이라는 분야도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한다. 오페라에는 좋은 행진곡들이 많다.
행진곡이라면 주로 어떤 음악이 떠오르는가? 어린 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침 조회나 운동회 같은 행사를 할 때면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행진곡들, 시골 아주머니들도 어깨를 들썩이는 그 곡들은 사실 유명한 명곡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행진곡들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해병대 군악대장 출신인 존 필립 수자(1854~1932)의 곡들이 많다. 하지만 그 중에는 오페라에서 나오는 곡들도 적지 않게 있기도 하다.
오페라는 그 내용상 행진곡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전쟁이나 종교적인 행사 또는 결혼이나 장례 등이 많이 나오게 되고 또한 스펙터클한 장면이 많이 연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때마다 작곡가들은 행진곡을 많이 작곡하여 삽입하였다. 그러므로 그 후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유사한 상황에서 오페라 속의 행진곡들을 발췌하여 연주하거나 사용하였던 것이다. 즉 오페라는 행진곡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오페라의 행진곡들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결혼행진곡'일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어느 곳인가의 결혼식장에서 신혼부부를 위해서 울려 퍼지고 있을 그 곡은 '로엔그린' 속의 결혼식을 위한 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피아노나 실내악 합주 등으로 연주되지만 원래는 합창곡으로서, 그 가사가 대단히 감동적이다.
그 외에도 바그너의 '탄호이저'에 나오는 '입당(入堂)행진곡' 역시 행사의 입장용 음악으로서는 최고의 히트작이다. 바그너의 4부작 악극 '니벨룽의 반지' 중의 '신들의 황혼'에 나오는 '장송행진곡' 역시 방송 등에서 많이 나오는 명곡으로, 내용 중 최고의 영웅인 지그프리트가 쓰러진 후에 그의 시신을 운구할 때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베르디의 '아이다'의 화려하고 웅장한 개선장면에 나오는 '개선행진곡' 역시 무척 단순하고 인상적이어서 잘 알려져 있다. 벨리니의 '노르마'에서도 '입장행진곡'이 있어서 극중의 긴장감을 고취시키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오페라들 속에는 앞의 곡들처럼 굳이 제목이 붙어있지 않더라도, 극중의 인물들이나 군중들이 등장하거나 퇴장하는 장면 또는 이동하는 대목에서 많은 행진곡들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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