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이 벌어졌습니다. 그냥 평범한 1달러짜리 지폐를 경매에 부친 것이었습니다. 많은 경제학도들이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실험 결과가 사뭇 놀랍습니다. 총 40여 차례에 걸친 경매 결과 낙찰가가 1달러보다 낮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낙찰가가 2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명색이 경제학을 공부한다는 학생들이 왜 이렇게 손해 보는 행동을 했을까요. 이 경매에는 함정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높은 값을 부른 학생은 자기가 부른 돈을 내놔야 한다는. 누군가 1달러를 부르면, 앞서 90센트를 제시한 학생은 낙찰도 못 받고 90센트를 내놔야 했습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1달러 10센트를 불러 10센트 손해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구조이지요. 낙찰 제시가가 1달러를 넘어서면 모두들 딜레마에 빠집니다. 그러나 일단 경매가 시작되면 손실 때문에 게임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폭탄 돌리기'가 되어버립니다.
때로 '게임의 규칙'은 폭주 기관차가 되어 참여자들을 파멸로 이끕니다. 엘렌 테거라는 심리학자는 이 실험 결과를 통해 인간들이 비합리적인 경쟁의 악순환에 빠지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줍니다. 많은 경우 집단 속의 인간은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바보 같은 선택을 하지요. 베트남전에서 미국은 전사자의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게 하겠다며 전쟁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인 우리나라의 입시 광풍도 같은 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겠지요.
일본의 어느 동물원에는 이런 안내문이 있다고 합니다. '주의.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동물 있음' 호기심에 이끌려 안내문을 따라 들어가 봅니다. 그러나 거기에 동물은 없고 거울만 덩그러니 걸려 있습니다.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동물이란 겁니다. 개인적으로 성선설, 성악설 둘 다 믿지 않지만 참으로 놀라운 풍자요, 해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렌 테거의 실험 결과대로라면, '사악하기'보다는'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동물'로 안내문을 바꿔 다는 것이 오히려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습니다. 일본에는 '재수가 없으면 두부에 부딪혀 머리가 깨진다'는 속담이 있더군요. 살다 보면 신통하게도 행복·불행이 떼 지어 몰려다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잇따라 생기는 듯하고요. 세상의 모든 것들에 만유인력의 법칙이 적용되듯이 비슷한 것끼리 서로 끌어당기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이번 주 주말판에는 '좋은 징크스'에 관해 다뤄봤습니다. 사람마다 어떤 현상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기 마련인데 해석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같은 일이 좋은 징크스가 되기도, 나쁜 징크스가 되기도 하는가 봅니다. 뇌는 외부 정보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해석해서 받아들입니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는 것이지요. 요즘에는 세상이 하도 어지럽고 경제여건도 힘들다 보니 부정적인 것들이 더욱 확대되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동틀 녘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요. 행·불행이 떼 지어 다닌다면 이제 곧 좋은 일들이 잇따라 펼쳐질지 누가 압니까. 원인이 결과를 낳는다지만, 결과가 원인을 만든다 믿고 싶습니다. 성공이 행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마음가짐이 성공이란 결과로 이어진다고.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김해용 기획취재부장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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