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단의 산둥성 농민들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되었다가 풀려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있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무분별한 광산개발로 농경지가 유실되어 경작을 할 수 없게 된 산둥성 신타이(新泰)지방의 농민들, 지방정부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 20년 동안 지방정부는 그들의 보상요구를 묵살해버린 것이다. 급기야 용기를 낸 농민들이 민원호소를 위해 베이징 중앙정부를 직접 찾은 것이다. 당황한 지방정부는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했다. 상경한 농민들을 몽땅 잡아 지방으로 압송시킨 후, 본인도 가족도 모르는 정신감정서를 내밀고는 이들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켜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20여일을 감금해 두었다가 다시 중앙정부를 찾지 않겠다는 보증서를 받은 후 농민들을 퇴원(?)시켜주었다.
올해 10월 다롄(大連)의 사허코우(沙河口)구에서는 흡사 전시작전을 방불케하는 강제 철거가 감행되었다. 백주대낮, 쇠파이프와 칼 등의 무기와 공구로 무장한 백여명의 용사들이 마을을 부수기 시작했다. 현관문을 뚫고 들어 간 후 깨어지는 것은 몽땅 집어던지고, 집기며 세간들은 잘근잘근 밟아 뭉개었다. 앞을 가로막는 80세나 된 할머니를 번쩍 들어 밖으로 내던졌다. 아수라장이 된 전장에서 불과 몇m도 안 되는 거리, 정차하고 있는 110경찰차량에 여인네가 달려가 도움을 청한다. 묵묵부답, 합법적인 법집행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발뺌한다. 그러는 동안 철거회사가 고용한 암흑가의 전사들은 초토화된 전장을 누비며 노략질을 즐긴다.
지난여름, 뙤약볕이 따가운 어느 날 오후, 실탄을 장전한 무장 특경 60여명이 베이징 따싱(大興)구의 한 마을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있다. 범죄조직의 두목 쭈지아러(朱嘉樂)를 체포하기 위해서이다. 나이 31세, 160㎝도 안 되는 키, 눈 뜨고는 보지 못할 정도의 추남, 그러나 잔인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놈이다. 주변에는 늘 무기를 소지한 50여명의 보디가드가 둘러싸고 있으며, 총을 가진 자도 여럿이다. "체포할 때 반드시 자신과 주변의 안전에 주의하라" 시공안국부국장의 행동지침이 하달된다. 잠시 후, 번호판이 없는 외제차 한 대가 잠복해 있는 경찰들의 시야에 들어온다. 쭈지아러다. 차가 멈추자 수십명의 무장 경찰이 덮친다. 무술을 익힌 쭈지아러가 나름대로 반항해보지만 공포탄 한발에 꼬리를 내리고 결국 수갑이 채워진다. 그의 죄목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가 최초로 이 지역에 등장한 것은 1998년이었다. 처음 놈팡이 몇명과 함께 지역에 왔을 때는 별것 아닌 그냥 건달 중의 하나였다. 그런 그가 범죄조직과 연계하여 목욕탕, 가요방 등을 상대로 보호비를 뜯어먹고 기생하더니 결국 2000년 체포되어 8개월 수형을 받았다. 수감생활 동안 재소자 몇명과 '형제'관계를 맺은 쭈지아러는 일취월장 발전의 계기를 마련한다. 출소하자마자 장사가 잘되는 오락실을 골라 주인을 압박한다. 부하들을 보내 무전취식과 난동을 부리게 한다. 결국 빼앗다시피 염가로 오락실을 인수한다. 수차례 그를 체포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 피해자가 지역을 떠나거나 입을 열지 않았고, 만약 입을 연 자가 있으면 피해를 입었다. 시공안국에서 그를 체포할 무렵, 그는 지역의 실제적인 통치자가 되어 있었다.
사회적 통제가 이완되고 있는 중국사회의 모습이다. 정풍운동이 필요한 시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펴고 있지만 '악'의 확산을 줄일 수 없다. 그 이유는 모든 중국인들이 다 잘 알고 있다. 중국인들이 잘하는 말 중에 "쥐도 돈이 많으면 연자방아를 돌린다"는 말이 있다. 쥐 잡을 고양이가 부패하여 쥐와 한 구멍을 파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2005년부터 2년간 선양(沈陽)시정부는 대대적인 범죄소탕작전을 수행해서 하오완춘, 송펑페이(宋鵬飛), 런스웨이(任世偉)를 두목으로 하는 3대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범죄연루자 21명의 명단은 세인들을 경악시켰다. 일반 경찰에서부터 시공안부부국장, 마약단속부대장, 특경부대장을 비롯해 다수의 공안분국의 국장, 부국장들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된 사람들, 범죄조직의 보호우산이 되어가고 있는 관료와 경찰들의 실상에 분노하고 있다.
한 네티즌의 글이 서글프다. 경찰은 본래 쥐를 잡는 고양이가 되어야 하는데, 쥐 잡는 것은 고사하고 쥐의 노리갯감이 되고 있다. 탐욕스러운 고양이가 암흑가의 뇌물을 먹고, 이(利)를 보는 순간 의(義)를 망각한다. 쥐가 마련한 주색잡기를 즐기며 분탕질치다가 약점이 잡혀 비호세력이 된다. 그 연줄을 타고 깡패도 관리가 되어 출세가도를 달린다. 전인대로, 정치협상회의로, 기층간부로…. 깡패와 관료가 공존하는 사회, 이것이 후진타오가 이야기하는 진정한 조화사회가 아닌가!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