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이모가 사 준 따뜻한 회색 내복

내복 하면 유년시절 흔히 볼 수 있었던 빨간 내복이 생각나겠지만 난 이모님이 사준 아버지들이 즐겨 입으신 회색 내복이 생각난다.

어느 날 이모님은 앞으로 쑥쑥 클 것 같다면서 두 사이즈 큰 내복을 내 생일 선물로 주시면서 환하게 웃어주셨다. 난 소매를 두 번이나 접어서 입고 다녀야 했고 추운 날이면 소매를 활짝 펼쳐서 장갑 대용으로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이제 나도 보답할 수 있는 사회인이 되었고 추운 겨울이 오고 사람들마다 내복 입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리면 환하게 웃으면서 내게 내복을 건네던 그 당시 이모님이 생각난다.

내복보다 더 좋은 걸 사 드릴 수 있는데 이모님은 몇 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신세를 지고 계신다.

환하게 웃던 모습은 누가 훔쳐갔는지 유년시절 이모님이 사준 내복 사이즈보다 쑥 커버린 조카가 다가가도 반가워하기는커넝 모르는 척 병원 천장 백색 형광등 불빛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이모님 천장 그만 쳐다보시고 저 좀 쳐다보세요. 한번이라도 아는 척 해주었음 좋겠는데 눈빛이라도 마주쳐 주었음 소원이 없겠는데 살갑게 다독여주시던 나를 왜 이렇게 외면하는지 가슴 미어지도록 아픔만 커갈 뿐이다.

예전 모습 반이라도 돌아와 마주보고 웃을 수 있는 희망을 안고서 기도하겠습니다.

이모님 당신을 존경합니다.

천용철(대구 동구 신암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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