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체온증…체온 32도 이하면 반드시 병원 치료

겨울철에 조심해야 할 또 다른 복병은 바로 저체온증이다. 그러나 저체온증에 대한 이해가 의외로 부족할 뿐 아니라 위험성에 대해서도 무감각하다. 일상생활에서 저체온증이 생길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 산행 때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크고, 연말연시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자칫 술에 취한 채 바깥이나 추운 곳에서 잠을 잘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저체온증이란 무엇이고 어떤 경우 조심해야 할까.

◆저체온증이란

저체온증은 한마디로 체온이 35℃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다. 저체온증은 습하고 바람이 부는 추운 곳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특히 온도 변화가 심하거나 추운 곳에서 충분한 보온 없이 활동하거나 자다가 체온이 떨어지는 경우 생긴다. 겨울철 등산이나 술을 마시고 추운 곳에서 잠들 경우 특히 조심해야 한다. 체온이 떨어지면서 격렬한 떨림 증상이 나타나고 이 때문에 피부 조직과 근육이 떨리게 되면서 땀구멍이 늘어나고 체온 소실이 더욱 심해진다. 떨림 증상이 몇 시간 동안 지속될 경우 탈진 증상까지 동반되고 칼로리 소모를 부추겨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혈당이 떨어지면 극심한 허기와 함께 졸림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 경우 90% 이상이 사망한다.

◆어떤 증상을 보이나

체온이 35도가 되면 감각과 판단력이 무뎌지고, 피부와 치아의 심한 떨림, 호흡 및 맥박 수 증가, 교감신경 및 발열 관련 호르몬 증진에 따른 소변 배설량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체온이 더 떨어지면 호흡이 약해지고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며 점점 혼수상태에 빠진다. 제대로 걷지 못할 만큼 무기력해지고 가벼운 착란 증상도 나타난다. 체온이 30도 아래로 내려가면 심장이 멎고 28도까지 떨어지면 숨질 수 있다.

◆특히 조심해야 할 부류는

노년층과 어린아이는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해 저체온증에 걸리기 쉽다. 추운 날씨에 야외 작업을 하거나 운동할 때도 생길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또 뇌졸중, 파킨슨병, 척추장애,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간 부전이나 신장기능 부전 환자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추운 날씨에 술을 마신 경우나 향정신성 약물 복용자도 저체온증 위험 대상이다.

◆겨울 산행 때 주의

등산 애호가들이 늘면서 겨울 산행 중 저체온증에 걸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땀을 많이 흘리며 등산을 하다 잠시 쉴 때 더워서 옷을 벗는 경우 체온이 갑자기 내려가면서 저체온증 증상을 보이게 된다. 이 때문에 휴식을 취할 때도 방한복을 입어 체온 저하를 막아야 한다. 저체온증 증상을 보이면 바람막이 옷을 입고 텐트를 치거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바위 등으로 피해야 한다. 또 젖은 내의는 빨리 갈아입는 게 좋다. 저체온증으로 의식이 없을 경우 체온을 높인다며 뜨거운 음료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자칫 질식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삼가는 게 좋다. 겨울 산행 때엔 즉시 먹을 수 있는 고열량 음식과 여벌의 옷, 양말, 몸을 녹일 수 있는 손 난로, 따뜻한 음료 등을 준비해 저체온증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처음부터 옷을 너무 많이 입지 말고 올라가면서 하나씩 껴입는 게 좋다.

◆예방 및 치료 방법은

저체온증에는 특별한 약이 없다. 저체온증이 의심되면 따뜻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고 주변의 온도를 높이는 등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경미한 저체온증은 따뜻한 방에서 두꺼운 이불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덥고 체온을 높이는 게 좋다. 그러나 체온이 32도 이하로 떨어진 환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외부 작업이나 등산, 야외 활동 중 저체온증이 의심되면 따뜻하게 보온해서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일단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올리기 힘든 만큼 야외에서 아무리 보온해 봐야 큰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계명대 동산병원 서영성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반인들의 경우 저체온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체온증은 굉장히 위험한 병인 만큼 미리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만약 저체온증이 의심될 경우 응급조치 후 반드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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