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화하는 시력교정술

시력교정수술의 대명사인 '라식'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은 낯설지 않은 수술이 됐지만 사실 레이저 시력교정술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레이저 시력교정술은 1980년대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로선 안과학계의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수술이었다. 물론 비싼 수술비와 검증되지 않은 결과, 부작용 등으로 기대만큼 대중화되진 못했지만 도입된 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시력교정수술 부작용 등에 대한 두려움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그동안 기술 및 수술 장비가 진화하면서 수술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그렇다면 시력교정수술의 종류에 어떤 것이 있고, 각각의 특징은 무엇일까.

◆레이저각막절제술(PRK)

레이저를 이용한 시력 굴절 교정 수술의 '원조' 격이다. 1980년대 등장했고, 우리나라엔 1988년대부터 시술되기 시작했다. 레이저각막절제술은 철제 칼로 각막 상피를 벗겨낸 뒤 엑시머 레이저로 근시 및 난시를 교정한다. 이에 흔히 엑시머 레이저 수술로 불린다. 엑시머 레이저는 알곤, 불소 혼합가스의 원자외선 스펙트럼에서 나오는 193㎚의 파장을 가진 방출광을 이용, 열에 의한 손상 없이 조직 내 분자결합만 정확하게 파괴해 계획된 양만큼 조직을 절제·연마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상피 세포 조직과 보우만 막 파괴로 통증 및 각막 혼탁, 야간 눈부심 등의 부작용이 종종 나타나고 수술 시간도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 등의 단점이 있다. 수술 비용은 150만원 정도지만 현재는 거의 시술되지 않고 있다.

◆라식(LASIK) 수술

시력 교정술을 대중화시킨 대표적인 수술법이다. 1990년에 첫선을 보인 라식수술(각막절삭수술)은 PRK와 미세각막절제술의 장점만을 취합해 기존 수술의 단점을 보완했다. 우리나라에선 1995년부터 시술되기 시작했다. 각막 상피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미세각막절삭기(철제 칼)로 각막 표층을 들어서 각막편을 만든 뒤 레이저로 필요한 만큼 각막을 깎고 표면을 다시 덮는 방법으로 시력을 교정한다. 고도 근시나 난시에 효과가 좋고, 한번에 양쪽 눈을 모두 시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 수술 후 통증이나 눈부심, 각막 혼탁 등의 부작용도 거의 없고 회복도 빠르다. 그러나 물체의 상을 망막에 정확히 맺지 못하는 정도가 심한 고위수차 환자의 시력을 완벽하게 교정하는데 한계가 있고 안구건조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비용은 170만~180만원 선.

◆라섹(LASEK) 수술

라섹 수술은 PRK와 라식의 장점을 결합한 수술법으로, 알코올로 각막 상피만을 얇게 벗긴 뒤 엑시머 레이저로 각막을 깎아내 시력을 교정한다. 철제 칼을 사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 눈이 작거나 각막이 얇은 경우, 콘택트렌즈를 오랫동안 착용해 라식 수술에 어려움이 있는 환자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력 회복이 느리고, 수술 후 통증이나 눈물이 많은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알코올을 사용하기 때문에 알코올에 취약한 환자의 경우 검은 눈동자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치료 및 회복이 상대적으로 느린 단점도 있다. 비용은 200만원 정도.

◆에피라식

라섹과 수술 방법 및 원리가 거의 비슷해 라섹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다. 라섹과 다른 것은 알코올 대신 고주파 진동을 이용해 각막 상피를 벗기기 때문에 알코올로 인한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또 라섹에 비해 통증도 덜하다. 그러나 시력 회복 시간 길고 3, 4일 정도 이물감이나 눈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게 단점이다. 비용은 230~250만원 선이다.

◆웨이브프런트 수술

2003년에 등장한 웨이브프런트 수술은 라식수술 등으로는 완벽한 시력 교정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수술법이다. 웨이브프런트 또는 파면 분석을 이용한 맞춤 굴절교정각막수술이라고도 불린다. 환자의 고유한 시력 방해 요소를 제거해주기 때문에 PRK나 라식, 라섹보다 수술 결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웨이브프런트는 각막을 깎아 초점을 망막 중심부에 맺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각막에 있는 미세한 굴곡이나 망막, 수정체, 유리체 등에 의한 오차까지 해결해 주는 게 장점이다. 또 야간 시력 감소나 눈부심 현상 등 부작용도 거의 없다. 그러나 각막을 상대적으로 많이 깎고, 수술 중 안구가 움직일 경우 부정 난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비용은 250만원 정도.

◆인트라라식

인트라라식은 손이나 도구, 철제 칼(마이크로케라톰)로 각막을 절편하는 것이 아니라 인트라 레이저라고 불리는 첨단 고가 장비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른 시력 교정술과 구별된다. 이에 각막 절편 형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위험 등 부작용 걱정 없이 더욱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또 각막 절편의 지름, 두께, 넓이를 정밀하고 균일하게 제작할 수 있고, 낮은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시신경 손상 없이 각막 절편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환자의 잔여 각막량을 최대화해 수술 후 각막이 얇아져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각막돌출증 등 합병증 위험도 크게 줄였다. 회복 속도 및 수술 결과도 다른 수술법에 비해 좋고, 고도 근시 등의 환자에게 적합하다. 수술 비용은 300만원 선이다.

◆아이라식

인트라라식과 웨이브프런트 라식의 장점을 조합한 방법으로, 미국 육·해·공군 및 NASA에서도 인정한 수술법으로 알려져 있다. 정밀 진단 장비인 웨이브스캔, 각막 절편에 사용되는 인트라 레이저, 각막을 깎는 엑시머 레이저 등 현재까지 나온 최첨단 기술·장비 3가지를 조합해 하나의 시스템을 형성한 게 특징이다. 수술 전 과정에 레이저를 이용, 부작용을 크게 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인의 고유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 이에 맞게 교정할 수 있고, 회복이 빠르며 안전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야간 시력이 우수하고, 빛 번짐 및 눈부심 현상 등의 부작용과 재수술 비율도 크게 줄였다. 단점이라면 극도의 정밀과 안전성을 요하기 때문에 수술 대상자 선정이 까다로워 검사 대비 수술률이 50~6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수술 비용은 330만원 정도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이승현 삼성안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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