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얼굴, 그 너머

한때, 관상학에 대해 심취한 적이 있다. 이유야 잡학에 관심이 유달리 많은 나쁜 습관(?) 때문이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그 만족의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얼굴이라는 단어의 풀이에서부터 있다.

얼굴이란 얼(정신)의 굴이란다. 얼굴 안에 모든 정신과 혼이 몽땅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관상학을 공부해가면서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얼굴에는 진짜 모든 것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급기야 사람과 마주칠 때마다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무엇인가를 느끼는 것을 즐기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관상을 볼 때 얼굴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눈빛이다. 형형한 눈빛을 가진 사람은 매사에 총기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눈빛이 빛나면 장수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보는 것은 얼굴빛을 일컫는 찰색이다. 이를테면 이마가 빛나면 관운과 승진운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기타 수십 가지 경우의 수로 얼굴을 관찰하다 보면 정확도가 아주 높다.

여기다가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를 가지고 운명을 예측하는 사주까지 섞어서 보면 그 정확도는 훨씬 높아진다. 가까운 지인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제법 아는 체도 해야 되지 않는가.

성삼문의 이름이 왜 삼문인지도 아는 체를 했다. 태어나는 시간을 좋게 받기 위해 산모가 밖에 있는 점쟁이(친정아버지)에게 세 번 낳아도 되는지를 물었다고 해서, 삼문이란다. 그리고 점쟁이가 낳으라는 시간까지 참지를 못하고 낳아서 성삼문의 운명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까지 이야기를 해주면, 지인들은 확실한 신뢰 표시를 보내온다. 결혼을 할 때, 남편의 사주를 담은 사성을 아직까지 보내는 국민성을 가졌으니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주변 지인들이 아무리 신뢰를 표시해 와도 본인 스스로의 갈등을 넘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세월이 지나면서 뭔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속속 드러난 것이다. 왜 그럴까? 제법 공부도 많이 하고 했는데 말이다. 한참 후에야 깨달은 것이지만, 결정적인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얼굴, 즉 관상으로만 볼 수 없는 심상이라는 것이 있었다. 충분히 표정관리가 가능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마음수련을 하지 않은 나 자신이 감당하기는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아무리 얼굴 속의 표정이 활짝 웃으며 세상을 응시해도 마음이 그렇지 않은데 어쩌겠는가.

확실히 마음은 인간의 몫이 아니라 신의 몫이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얼굴만 들여다보는 시각을 없애는 것이 첫걸음이 아닐까.

대구미래대 영상광고기획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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