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분배와 형평, 성장과 효율

평등사회라는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택하였던 대부분의 국가들은 망하거나 형편없는 빈곤국가로 전락했다. 공산주의 체제가 실패한 이유는 '이기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유시장경제체제는 인간의 이기심에 바탕을 두어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경쟁을 통한 효율성 증대를 추구함으로써 비록 불평등하지만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한 나라들도 이 제도가 가지는 빈부격차 등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하여 사회보장제도나 누진세제 등 여러 가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성장과 효율 쪽에 비중을 두어서 경제발전을 이룩해 온 반면,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형평과 분배 쪽에 더 큰 비중을 두어서 각종 제도나 정책을 운용해 왔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소위 '가진 자'에 대하여 적대적인 정책을 펴 왔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종합부동산세제이다. 주택이든 토지이든 가구별로 합산하여 6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가구에 대해서는 가혹한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소득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이 세금을 내기 위하여 빚을 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처럼 가진 자들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 현상은 이들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쳐 국내에서는 가급적 소비나 투자를 기피하고 외국으로 재산을 도피시키거나 외국에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대기업 특히 소위 재벌기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여러 가지 규제를 가함으로써 이들 기업들의 투자 등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재벌그룹에 속한 회사는 순자산의 40%를 초과하여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로 가공자본 형성에 의한 재벌그룹의 팽창과 지배력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제도이다. 2007년 8월 공정거래법 개정 이전까지는 자산총액 6억원 이상의 재벌그룹 소속회사는 순자산의 25% 이상 타회사 출자를 금지하였기 때문에 대략 30대 재벌그룹에 속한 회사들은 이 제도 때문에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데 상당한 제약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투자활동에도 상당한 차질을 초래했던 것이 사실이다. 만일 이 제도가 없었더라면 대기업들의 투자가 상당히 늘어났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노무현 정부의 집권기간은 세계적인 호황기로서 우리의 경쟁국들이 5% 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3∼5%의 성장에 머물렀다. 그나마 성장은 수출에 의해 주도되었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부진을 면치 못함에 따라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늘 침체상태에 머물렀다.

이러한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작년 이맘때의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와는 반대로 효율과 성장을 중시하여 부유층 고소득층에 대한 각종 세금을 줄이고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나 금융과 산업의 분리 완화 등의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서 정권을 잡게 되었고 이러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하여 필요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야당은 부자감세니 재벌옹호정책이니 하면서 맹목적인 비판을 쏟아내면서 입법 저지를 위하여 극한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외국의 의회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하여 초당적인 협조 아래 과감한 경제 살리기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 국회는 여야가 극한대결을 일삼으며 국회의 임무를 방기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마음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은 경제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비상한 조치가 필요한 시기임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경제정책에 대한 공약을 지지하여 대통령으로 선출하였고 지난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에게 다수 의석을 주었으니 정부 여당의 정책이 일단 시행되도록 한 다음 그 결과를 보아 다음 선거 때 심판하면 된다. 야당이 집권 당시 실패한 정책을 고수하기 위하여 억지를 쓰는 것은 책임 있는 야당의 자세가 아닐 뿐더러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김병일(김&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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