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의 혈맥인 명산에 송전탑이라니…."
경주 안강읍민들이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어래산(魚來山·593m) 정상 송전탑 공사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조상대대로 모시다시피한 산의 정기를 끊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송전탑은 포항시 신광면~경주시 천북면 간 송전선로 건설사업 구간 공사 중 하나로, 어래산 정상 부근에는 모두 5개가 들어선다. 애초 포항 기계면 성계·학야리 6부 능선을 지나는 것으로 설계됐으나 기계면민들의 반발이 있자 안강읍 육통·노당리 어래산 정상으로 노선이 변경됐다.
문제는 어래산이 안강의 주산이자 안강읍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안강읍을 굽어보고 있는 어래산에는 흥덕왕릉을 비롯한 창녕 조씨 종덕제, 구상서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 추진 중인 독락당, 옥산서원 등도 가까이 있다.
안강읍민들의 반발은 '한전 사장 퇴진' 요구로까지 번지고 있다. 안강읍 이장들은 지난 19일 모임을 갖고, 23일 대규모 읍민결의대회를 연 후 경북도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장들은 또 조만간 서울 한전 본사를 항의 방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주민들은 지난 5일 안강읍 기관·사회단체 대표 11명을 공동대표로 철탑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9일에는 어래산 공사현장에서 집회를 가졌다.
최학철 경주시의원은 "포항에서 반대한다고 풍수지리학적으로 안강읍의 혈(血)이라 하는 명산에 송전탑을 밀어 올린 한전의 처사는 백번 양보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대안을 촉구했다. 안강읍민들은 굳이 송전탑을 가설한다면 어래산 8부 능선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 대구전력처 관계자는 "다시 설계를 변경하면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어렵고 공사 기간이 길어져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주민들이 요구하는 8부 능선 공사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워 안강읍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2007년 착공했으며 2010년 준공 계획이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