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린 꽃이야…살아 있을 때 일본의 사죄 받아야"

정신대 할머니 대백서 압화 작품전

▲ 정신대 할머니들이 압화를 주제로 25일까지 대구백화점 11층 그린홀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심달연(82) 할머니.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정신대 할머니들이 압화를 주제로 25일까지 대구백화점 11층 그린홀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심달연(82) 할머니.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전쟁 없어져야 한다-나는 전쟁이 싫다. 다시는 없어야 하는 일이다. 심달연 2007'

'어린 시절 고향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부모님도 만나고 싶다. 가고 싶다. 김순악 2007'

19일 오후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11층 그린홀. 아주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 이곳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몰렸다. 모두들 작품 수준에 놀라는 눈치였다. 작가들은 바로 일본군 정신대 피해자인 심달연(82)· 김순악(81) 할머니. 하지만 김 할머니는 작업을 하느라 과로를 해 전시회장에 오지 못했다.

"꽃이 좋지 좋아, 예쁘고 설레고, 자식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큰 아름다움이지…." 심 할머니는 작품 앞에서 꽃잎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경북 칠곡군이 고향인 심 할머니는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부터 기억상실과 정신착란을 겪고 있었다. 꽃다운 13세에 겪어야했던 그 치욕,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은 가슴 밑바닥에 묻었다.

'내가 새가 된다면 날아가고 싶다. 천리만리', '자유로이 날 수 있는 건 나비도 마찬가지다. 날개가 있어 부럽다.' 심 할머니는 5년 전부터 원예치료를 시작하면서 마음의 병을 어루만졌다. 식물을 손수 키우고, 그렇게 자란 꽃이나 식물로 갖가지 작품을 완성했다.

'대구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소개로 원예치료를 시작했고, 김 할머니와 함께 4번째 작품 전시회를 열 정도로 수준 있는 작가로 급부상(?)했다. 할머니는 뛰어난 플로리스트다. 꽃을 눌러서 말린 '압화'는 붓으로 손수 그린 듯 색감이 아름답다. 제목도 초대, 선물, 자유, 속삭임, 나비, 공작, 여인 등으로 이제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열세 살 때 언니와 마을 뒷산에 산나물을 뜯으러 갔다가 걔들(일본군)에게 잡혔지. 다시 돌아와 어느 절에 있을 때 여동생이 내 얼굴을 알아보고 데려갔어. 언니는 어떻게 되었는지…."

심 할머니는 그동안 자궁절제 수술, 관절 수술 등 큰 수술을 몇 차례나 받았다. 정신적 고통은 고스란히 육체적 고통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곽병원에서 대부분 치료를 무료로 해줬다. 그 감사한 마음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우린 꽃이야. 꽃을 눌러서 말려 작품을 만들지만 우리가 바로 그래. 물기 하나 없이 비틀어져 작품이 되지만 더 곱고 더 오래가고 작품으로 남아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잖아. 우리가 꽃이야."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에게 공식적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말하는 심 할머니는 작품으로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그 작품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자신들이 살아 있을 때 일본의 사죄를 받아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