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제일병원과 예천 권병원 등에 입원 요양하고 있는 400여명의 진폐환자들이 정부의 '진폐요양 체계 개정'에 반발, 단식을 하는 등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해오던 진폐요양 및 보상체계 개편안을 마련해 그동안 진폐환자들에게 지급하던 100만~200만원의 휴업급여와 장해급여를 없애고 매월 40여만원의 진폐연금으로 대체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합병증별로 표준진료지침을 만들어 일정 기간 진료를 마치면 강제퇴원 시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에 지난 10일 강원도 태백에서 전국진폐재해자협회 소속 회원들이 단식에 나서면서 촉발된 반발 사태가 전국 진폐병원으로 확산하고 있다.
예천 권병원에 입원해 있는 89명의 진폐환자들은 지난 14일부터 입에 마스크를 끼고 단식하고 있다. 7년간 입원해 있는 환자 김덕수(60)씨는 "석유파동 등 한때는 산업역군으로 불러놓고 이제는 정부가 나서 연탄재만도 못한 취급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고통을 겪으며 사느니 차라리 단식으로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문경 제일병원에서는 263명의 환자들이 10여일째 집단 농성 중이다. 이들은 매일 병원로비에 모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진폐요양체계 개편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진폐재해자협회 문경 제일병원지회 황종식 회장은 "월 40만원의 진폐연금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것"이라며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의 진폐환자들은 각종 합병증으로 고통의 삶을 살고 있는데 그 특성을 무시하고 자로 잰 듯이 규격적으로 치료기간을 정해 강제퇴원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황 회장은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전국 3천743명의 진폐환자 가운데 1천700여명이 강제 퇴원당해 통근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이는 환자들을 죽음의 길로 내모는 행위"라고 했다.
문경·권동순 기자 pinoky@msnet.co.kr 예천·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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