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남구의회 '잇속은 챙기고 귀는 막고…'

대구 남구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자신들의 소모성 경비는 한푼도 줄이지 않으면서 의정비심의위원회 활동 관련 예산을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아 말썽을 빚고 있다.

남구의회는 지난 17일 제171회 본회의에서 남구청이 제출한 예산안 중 '의정비심의위원회 심의 수당' 400만원과 '의정비심의 주민설문조사' 4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박판년 의장은 "내년에는 의정비를 동결할 계획이기 때문에 굳이 의정비 심의위 활동이 필요없다고 판단했다"며 "의회가 마땅한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행부에서는 의정비심의위 관련 예산 삭감은 의정비심의 활동 자체를 마비시킨 것이라며 당혹해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의회 위원에게는 수당과 여비를 지급할 수 있으며, 공청회나 여론조사기관을 통한 지역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서구의회는 심의수당 280만원과 설문조사 500만원을 의결했고, 서구는 설문조사비 400만원, 북구 역시 150만원을 의결하는 등 모든 기초의회에서 의정비 관련 예산은 손대지 않았다.

남구는 지난 11월 2009년도 의정비 설문조사에서 주민 다수가 심의위가 제시한 의정비 3천30만원이 '많다'고 응답했음에도 불구하고 3천90만원으로 261만원을 인상했다.

남구의회의 예산 심의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남구의회는 '의회 의정자문의원 자문수당' 명목의 예산을 신설, 350만원(7만원×10명×5회)을 책정했고,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해외연수비용(1천940만원)과 국내여비(900만원) 등은 한 푼도 줄이지 않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의결했다.

신천돗자리음악회(4천만원) 작은음악회(360만원) 등 주민을 위한 행사 비용은 전액 삭감하고, 퇴직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기념품비(255만원) 역시 삭감했다. 신촌돗자리음악회는 지난해 여름 하루 평균 4천여명의 시민이 몰려 인기를 끌었다. 남구청 한 관계자는 "월급을 올리지 않을 테니까 주민들로부터 심의를 받을 필요도 없다는 발상인 것 같다"며 "주민들의 의견에 아예 귀를 닫겠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라며 씁쓸해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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