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뮤지컬 맘마미아서 샘 역 성기윤씨

"링거 맞으면서도 예정된 연기는 해야"

뮤지컬 '맘마미아' 한국 공연이 600회를 넘었다. 계명아트센터 공연이 끝나면 635회를 기록한다. 2004년 1월 '맘마미아' 한국공연 시작 후 여자 주인공 도나 역은 6명의 배우가 번갈아 맡았다. 그러나 상대역 샘의 경우 배우 성기윤씨가 초연부터 지금까지 한 회도 빠짐없이 맡아왔다.

'맘마미아'에서 성기윤은 스무 살 먹은 딸을 둔 중년남자다. 무대에서 본 성기윤과 밖에서 만난 성기윤은 너무 달랐다. 무대 위의 성기윤은 진짜 중년처럼 보였는데 직접 만나본 성기윤은 젊고(1971년생) 잘생긴, 웃는 얼굴이 싱그러운 남자였다.

"공연 때 분장 많이 하나요?"

"맘마미아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뮤지컬입니다. 분장은 안 하고 여배우들이 간단한 화장을 하는 정도예요."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나이 든 사람처럼 보였을까. 샘의 어눌한 말투, 억눌린 듯한 표정, 옛 애인의 눈치를 살피는 내성적 태도가 워낙 실제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 연기에 빠지다 보니 아직 40도 되지 않은 남자를 50쯤 먹은 극 속 남자와 동일시했던 것이다.

극중 샘은 내성적이고 소심한 사람이다. 성기윤은 실제 성격도 좀 그런 편이라고 했다. 여러 배역을 연기했지만 자기와 가장 가까운 성격이 뮤지컬 '맘마미아'의 샘이라고 했다.

성기윤은 연극배우로 시작했다. 1991년 데뷔한 이래 시카고, 아이다, 댄싱 섀도우, 듀엣, 미녀와 야수, 갬블러 등 50여편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공연하느라 전국 안 가본 도시가 없다고 했다. 늘 공연 일정이 잡혀 있었고 데뷔 이래 최근 두달을 쉰 게 휴식의 전부라고 했다.

몸이 아플 때도 있었다. 심한 몸살로 '핫팩'을 껴안고 분장실에서 덜덜 떨다가 등장해야 할 '씬'이 되면 무대로 나가 연기하고 다시 들어와 핫팩을 껴안으며 연기한 적도 있었다.

"(다른 장르에 비해 춥고 힘든) 연극으로 시작했기 때문일까요. 링거를 맞으면서도 예정된 연기는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어요."

그는 5년 동안 샘 역할을 했지만 한 번도 같은 샘은 없었다고 했다. 도나 역의 상대 배우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줬고, 자신이 나이를 먹으면서, 또 자라는 딸을 보면서 샘도 조금씩 변했다고 했다.

사람들은 대구관객은 박수도 적고 흥도 떨어진다고 흔히 말한다.

성기윤은 "그렇지 않다. 대구 관객들이 더 적극적이다. 뭐랄까 대구 관객들은 '대구에 공연이 왔으니 본다'가 아니라 뮤지컬을 골라서 즐기는 것 같다"고 했다.

뮤지컬계에 남자스타는 많지 않다. 성기윤처럼 한길만 고집하는 배우는 더욱 드물다. 그는 스스로 다짐이라도 하듯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된다'고 했다. 열심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 '한길만 고집하는' 후배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고 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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