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이제 일감이 너무 많이 줄었다며 외국인 이주 노동자인 나를 제일 먼저 잘랐어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 한파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가장 먼저 거리로 내몰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노동상담소와 고용지원센터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기 위해 상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불황에 드러난 보이지 않는 차별=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에서 만난 코 쥬시로(31)씨는 지난 16일 회사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그는 올 4월부터 경기도 화성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에서 월 100만원을 받고 일했다. 경기침체로 경영이 악화되자 회사는 한명뿐이던 외국인 근로자 쥬시로씨를 가장 먼저 해고했다.
네팔에서 와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니던 28살 청년도 "일감이 크게 줄어들어 할 일이 많이 없으니까 사장님이 외국인 이주노동자인 나를 제일 먼저 해고했다"면서 "이곳저곳 일자리를 구해보지만 찾기가 어려워 이 상담소를 찾아 왔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출신 아밀다(29)씨는 "주변 공장에서 일거리가 크게 줄면서 가장 먼저 해고 당하는 사람이 외국인 노동자"라면서 "해고된 이주 노동자들 중에는 귀국하는 사람도 있고 회사 기숙사를 나와 친구집에서 먹고 자며 재취업을 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단속에 걸려 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이 이주 노동자들에게는 가장 어수선한 시기라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해고 뒤 2개월 안에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 미등록(불법) 체류자가 된다. 따라서 요즘처럼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해고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경태 소장은 "최근 법무부가 농업 분야에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의 불법체류 단속을 탄력적으로 시행하라는 발표가 있은 후 공장에서 농촌으로 가 축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업 감축과 휴업으로 내국인 근로자들까지 실업급여 수급자로 전락하고 있는 구미지역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 사정은 더욱 딱하다.
구미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 모경순 사무처장은 "실직이나 체임 때문에 찾아오는 외국인 근로자가 한주일에 40명 정도로 평소보다 3배나 늘었다"면서 "새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2달 뒤엔 '쫓겨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재취업 기간 탄력 운영 필요= 노동부에 따르면 올 11월 경영상 필요나 회사 사정 등을 이유로 사업장을 옮긴 외국인 근로자는 1천467명으로 1년 전 677명에 비해 117%나 늘었다. 비자발적 해고자 수도 지난해에는 8천440명이었으나, 올해는 12월 12일까지 1만4천700명으로 1.7배나 늘었다.
대구지방노동청이 집계한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발적 해고자 수도 지난해 523명이었으나 올해는 1천346명으로 2.6배 증가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외국인 고용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최창석씨는 "예전에는 업무 때문에 직장을 퇴사한 뒤 구직을 신청한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회사 휴업이나 해고로 인해 구직을 하려는 이주 노동자들이 많다"며 "새로 일자리를 찾으려 해도 경기상황 때문에 구직이 예전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탓에 노동계와 이주노동자 인권 단체에서는 현재 2개월로 되어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재취업 기간을 한시적으로라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헌주 경산이주노동자센터소장은 "기간 내 재취업하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출국하는 대신 미등록(불법) 체류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경태 소장도 "불황이 길어지면서 해고된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재취업을 하지 못해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기업들은 숙련공을 잃게 되고, 이들이 미등록 체류자로 되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서 "요즘의 상황을 고려해 재취업 시한 연장 등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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