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현안으로 부상하는 아프간 파병 문제

한국군의 아프간 재파병이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 우리 정부나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 하지만 최근 이라크에서 철수한 자이툰 부대의 아프간 파병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의사 타진을 해왔다고 일부 국내 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이달 초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장관으로 유임된 게이츠 장관이 아프간 지원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이를 미뤄볼 때 가까운 시일 내 파병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알려지다시피 오바마 차기 정부의 외교정책 목표 중 하나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대테러전쟁이다.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대신 아프간, 파키스탄에서 불씨가 되고 있는 탈레반'알카에다와의 대테러 전쟁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2만~3만 명의 미군 증파 계획도 갖고 있다. 협력 체제를 강조하는 오바마 정권의 정책 노선상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 아프간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나 이라크 파병 성과 등을 감안할 때 파병이 현안으로 부상할 경우 정부로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프간은 우리에게 다시 떠올리기 싫은 불행한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아프간에서 20여 명의 한국인이 피랍돼 일부가 피살되는 뼈아픈 경험이다. 당시 정부는 탈레반과의 협상을 통해 아프간 주둔 한국군 연내 철수 등 조건을 걸고 피랍자 석방에 합의했다.

이런 곤란한 상황에서 한국군의 아프간 재파병은 꺼릴 수밖에 없는 문제다. 위험한 전쟁지역에 군인을 보낸다는 것은 이라크와는 또 다른 무게로 국민들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만큼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인 것이다. 정부는 파병에 따른 현실적인 이익이나 한국군의 해외작전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듭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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