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한국경제, 위기를 기회로 삼자

12월 들어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긴 하지만 위기가 이 정도에서 끝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실물경제 침체라는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4/4분기 들어 기업매출이 급감하고 제조업 재고율도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자동차, 반도체, 유화에 이어 포스코마저 창사 이래 첫 감산을 결정할 정도로 실물경제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출이다. 이미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비 19%나 줄어들었다. 특히 對中(대중)수출이 32.9%나 감소한 것은 충격적이다. 지난 몇 년 사이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이 되었다. 그런데 대중수출품 구성을 보면 현지 진출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수출용 중간재가 대부분이고 최종 소비재는 3%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중수출은 중국 수출경기에 매우 민감하다. 최근 금융위기로 중국의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이것이 우리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가 경기 버팀목이 되어야 하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676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 이자부담은 47조원에 달했는데 이는 전체 소비의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원금상환 부담이 더해질 경우 가계의 소비여력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내년 우리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추락하면서 극심한 경기침체가 예상된다. 주요 전망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도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불황이 내년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되는 것이다. 외채부담, 부동산 침체로 은행건전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실업증가, 기업부도가 계속될 경우 다시 한번 금융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상태에서 민간부문에서 자생적으로 소비나 투자가 늘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정책 추진시 특별히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을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기일수록 정책의 신뢰확보, 특히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 정책이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할 경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변동성 자체가 경제활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부실기업 정리, 은행구조조정, 거시정책 추진 과정에서 관계부처 간 일관된 정책시그널 유지가 요구된다.

둘째, 위기시 정책은 선제적이고 과감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으나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대응이 느리고 규모도 미흡한 면이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도 경기부양책은 부족한 것보다 넘치는 것이 낫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보다 재정건전성 우려가 적은 만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부양책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위기 이후의 부작용에 대해서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IT 버블 붕괴 후 저금리 기조를 너무 오랫동안 유지한 것이 부동산 버블을 야기시켰고 결국 서브프라임 위기의 단초가 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12·12 증시부양책,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 등이 엄청난 부메랑으로 돌아온 경험이 있다. 현재 추진 중인 SOC 개발이나 부동산 규제완화 등도 경기부양 효과와 함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기업 모두 중국 내수시장 공략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향후 중국은 元(위안)화 절상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생산기지 위상이 점차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 진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대중수출 목표를 '수출용'에서 '내수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소비자 필요에 맞는 제품개발과 함께 내수진작, 균형발전, 서부개발 등과 같은 정부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불황은 모두에게 고통이다. 그러나 새로운 강자 탄생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번 불황은 외환위기와 달리 세계 모든 국가와 기업이 겪고 있다. 한때를 호령했던 대형 IB(투자은행)와 자동차 빅3가 몰락하는 대격변 시점에서 이번 위기가 한국경제와 기업이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준한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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