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택회사 이미지는 이제 잊어주세요."
주택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구지역 건설사들이 활로 개척을 위한 새 판 짜기에 들어갔다.
지난 몇년간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주택사업을 대폭 줄이고 공공부문 및 해외수주를 강화하는 한편 신사업에 진출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편에 잇따라 나선 것. 대구 건설사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신규 분양을 축소하면서 관급사업 수주에 주력해 왔다"며 "내년에는 낙동강 정비사업 등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발주가 많은 만큼 건설사들이 '주택회사'란 이미지를 벗고 공공사업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급공사에 올인=대구지역 내 매출 1위 건설사인 화성산업은 올 한해 수익구조를 완전히 개편했다. 50%를 넘던 주택부문 매출을 20%로 줄인 대신 SOC 사업 수주에 주력하면서 공공부문 비율을 대폭 올린 것.
화성산업이 올 들어 수주한 공사 4천300억원 중 관급공사는 3천3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지난해의 두배를 넘는 수준이다.
도훈찬 상무는 "올해 말 기준으로 수주 잔고가 1조2천억원에 이르며 이 중 80%가 공공부문에서 수주한 사업"이라며 "주택사업은 해마다 3, 4개 단지를 분양해왔지만 내년에는 수도권 지역 내 1개 단지 분양이 전부"라고 밝혔다.
특히 화성은 공공부문 수주액 중 절반 이상을 역외에서 수주, 전국적으로 SOC 전문 건설사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실제 북서울 꿈의 숲 조성공사와 여의도 샛강 복원공사, 부산청정도금센터 등 올 하반기 들어서만 10여건의 역외 사업을 수주했다.
서한은 이미 지난해부터 관급공사에 올인해온 경우다.
이 덕분에 수주실적도 지난해 1천50억원에서 올해는 2천500억원으로 대폭 신장됐으며 전체 수주액 중 주택부문이 전혀 없는 관급공사 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중견업체인 SD건설과 한라주택에서도 공공부문 사업 비중이 대폭 높아졌다.
올 상반기 북구 칠곡지역에 1개 단지씩을 분양했을 뿐인데다 내년 사업계획에서는 아파트 신규 분양이 아예 빠져 있다. 두 회사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공공 부문 수주에 주력해, SD건설의 경우 지난해 공공부문 수주액이 35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970억원으로, 한라주택도 473억원에서 781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대구시 건축과 관계자는 "대구지역 건설사 중 내년도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을 위해 사업승인을 신규로 신청한 회사가 한곳도 없는 상태"라며 "대신 경부선 철도변 정비사업과 도시철도 3호선, 낙동강 정비사업 등 굵직한 SOC 사업들이 잇따라 발주되고 있어 지역 건설사들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대체 종목을 찾아라
주택부문 축소, 관급공사 주력과 함께 건설사들은 블루오션 개척에 몰두하고 있다. 돈이 되던 아파트가 사양산업이 된 만큼 이를 대체할 종목 발굴이 필요한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부동산 시장이 불황인 지금은 관급공사가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수익률이 낮아 회사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개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화성산업은 토목·건축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동남아 지역 차관공사와 알제리 등 산유국들의 정부 발주공사 등 안정적인 해외사업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또 공장에서 생산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PC(precast concrete)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낙동강뿐 아니라 4대 강 정비사업과 대도시 도시철도 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서한은 하수종말처리장 시공 등 환경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조종수 대표는 "현재 2건의 하수종말처리장 공사를 맡고 있는 등 환경산업에 있어서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사내에 환경팀을 신설해 관련 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D건설은 신재생 에너지를 차세대 육성 업종으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최근 신재생 에너지 기업 면허를 취득했으며 풍력과 태양광 시공 기술을 보유한 전담팀을 구성해 내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시공에 나설 계획이다.
또 한라주택은 BTL 전담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12일 사업비 414억원 규모의 대구명선초교 BTL사업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올 들어서만 3개의 BTL 사업을 수주했다.
내년 1월부터 정부 차원의 건설사 구조조정 칼바람이 예고되고 있지만 지역 건설사들은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C&우방을 빼고는 발 빠른 변신으로 위기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협회 대구지회 정화섭 부장은 "정부가 내년부터 부실징후 건설사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했지만 대구 건설사 중 대상이 될 만한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2년 전부터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지역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비중을 서둘러 축소하고 관급공사 수주에 노력한 것이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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