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원들이 산타 모자를 쓰지 않았다면 평일이나 다름없을 정도입니다."
24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 크리스마스 이브지만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예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늘이 '성탄 이브'임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입점한 지 5년째인 이곳 판매원은 "지난해에는 서 있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뛰어다녔다"며 "올해 성탄절은 평소 주말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한산하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유통·여행업계의 최대 성수기인 '성탄·연말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썰렁한 분위기의 거리에는 성탄 캐럴만이 적막하게 울려퍼질 뿐이다.
홈플러스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트리는 지난해에 비해 10.3% 매출이 감소했고, 어린이 선물로 최고의 성수기를 누렸던 완구류마저도 판매량이 12.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매장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15만~20만원짜리 '닌텐도' 등 고가의 아동 완구류는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며 "불황 탓에 저렴한 선물로 대체하는 경향이 많다"고 전했다. 지역의 롯데백화점 역시 아동복 매장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0~20%가량 감소했다.
대신 올해 크리스마스의 소비 경향은 '실속형'. 고가의 소비성 제품보다는 세일상품을 찾아 저렴하게 구매하고 실속 있는 제품을 고른다는 것. 홈플러스 관계자는 "몇 번 가지고 놀다 흥미를 잃어버리는 장난감보다는 가격이 5만~6만원에 이르지만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한 유아용 컴퓨터의 경우는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들도 마찬가지. 매장마다 "언제 세일하느냐, 세일 품목에 들어가는 것이냐"고 묻는 이들이 늘었다. 동아백화점의 경우 성탄절을 앞둔 지난 주말(19~21일)에 사은행사를 열어 오히려 10%의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동아백화점 전략마케팅팀 최원규 과장은 "최근 소비자들이 행사기간을 꿰뚫고 있다 보니 그 기간에 집중적인 구매를 하는 똑똑한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경기침체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 곳곳에서 "쓰러지는 업체도 생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연말이면 해외를 찾는 여행객들로 줄을 잇던 공항은 썰렁하게 비었다. 해외여행객이 지난해에 비해 10분의 1로 뚝 떨어졌기 때문. 삼성여행사 김태호 대표는 "스키장 예약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며 "경기침체가 사람들의 여가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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