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들 "4조원 사기 숨긴 돈 찾아라" 전방위 수색

"경찰이 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잃은 돈까지 찾아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이번 사건이 몰고온 사회적 파장이 큽니다."

사상 최대규모인 4조원대 불법다단계 사기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피해자들의 원금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통상의 사기사건에서 수사기관은 범인 검거에만 주력하고 금전 분쟁은 당사자간에 맡겨놓고 있으나 이번 사건 경우 피해 규모가 워낙 커 손놓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23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대구경찰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 투자금 회수, 계좌 지급정지 등을 통해 회수가능한 피해자들의 돈이 1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관련기사 본지 12월23일자 5면). 이무근 경제범죄수사팀장은 "돈을 찾을 방법이 없겠냐는 피해자들의 요청이 빗발쳐 지난 두 달동안 피해금액 확보를 위해 경주, 영천, 창녕, 부산 등지로 형사들이 뛰어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잠적한 이 사건의 주범 조희팔씨와 23개 법인들이 개설한 총 340여개 계좌를 추적, 잔고 133억여원을 확보하고 우선 지급정지했다. 이를 위해 각 은행 지점·본점, 금융감독원의 협조를 얻기도 했다. 잔금이 남아있지 않는 '깡통계좌'도 많이 찾아냈다.

사기 피해자들의 제보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50억원이 투자된 경북의 개발사업이나 760억원의 무역회사 투자건, 부산에 있는 혼수백화점, 부곡의 관광호텔 등은 피해자들의 협조를 얻어 밝혀낸 숨겨진 돈이다. 조희팔씨가 회원 교육때마다 회사 규모나 투자 사업 등을 선전한 동영상도 단서가 됐다.

현행법안에서 피해액을 회수하다 보니 한계도 적지 않다. '범죄수익은닉의규제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수사단계에서 미리 사기에 의한 범죄수익에 대해 처분 금지(몰수보전)를 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있을 경우는 몰수보전이 불가능하다. 경찰 한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돈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지만 전적으로 법 테두리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제3자 명의로 운영하거나 매입한 부동산, 채권 등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경찰이 원금을 최대한 회수하더라도 향후 돌려받을 때 피해자들간에 분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피해자가 2만명에 달하고 회수 가능액은 많지 않으니 피해자간에 시끄러울게 뻔하다"고 했다.

피해자모임 한 관계자는 "조희팔씨 등 주요 임직원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사기 주모자를 잡는 것만큼이나 피해액을 최대한 돌려받는게 급선무인 만큼 경찰에서 힘을 쏟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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