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플&피플]마술동호회 휴매직

눈 깜짝할 새 손 안에 있던 동전이나 카드가 사라진다. 텅 빈 상자에서 비둘기나 토끼가 뛰어나오고 예쁜 여인이 든 통에 무자비하게 칼을 꽂았는데 나중에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는 신기한 마술. 눈속임인줄 알면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과 놀람을 자아내게 한다. "마술은 누군가를 속인다기보다는 남을 즐겁게 만드는 일이죠. 그래서 빠른 손기술과 시선을 돌리는 연기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년 전 결성된 대구 마술동호회 '휴매직(Hue Magic)' 박도현(27) 회장. 그는 우연히 본 마술쇼에 매료돼 마술을 익히기 시작, 현재는 연 1천회 정도 각종 이벤트와 무대에 서는 마술입문 7년차의 프로 마술사다. 특기는 비둘기 마술.

동호회 명칭인 '휴(Hue)'는 색조·빛깔·특색·경향이란 뜻으로 박 회장은 '각자의 색깔 있는 마술'을 공유해보고자 휴매직을 결성하게 됐다.

"마술묘기를 하나 둘 습득해 나가는 성취감, 보는 사람들의 환호, 또 관객이 속임수를 알아내려고 하면 할수록 마술사는 노련미로 이를 극복, 진짜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마술을 하는 최고의 매력이랄 수 있죠." 때문에 휴매직은 마술을 좋아하는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합해 회원수는 140여명. 별도 가입비나 회비는 없다. 단 서로가 익힌 마술을 선보이고 장·단점에 대한 토론과 조언을 위해 모일 때마다 소정의 다과비 정도만 갹출, 경비로 쓰고 있다. 최근엔 특히 연말 모임이나 개인 취미·특기를 위해 마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게 박 회장의 귀띔이다. 휴매직의 회원도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동전 또는 카드마술을 익히는 데는 한달 보름정도 걸립니다. 개인의 차가 있겠지만 이런 기본 묘기를 익히고 나면 바로 수십가지 묘기로 응용이 가능합니다." 휴매직 회원에 가입하면 우선 인터넷 다음카페를 통해 간단한 묘기를 익히게 된다. 외국의 유명마술사 묘기를 포함해 필요한 도구나 마술노하우가 동영상으로 소개돼 있다. 이후 손동작에 이어 관객의 시선을 뺏는 연기력은 개인적인 자질에 달렸다. 정기모임에서는 회원 각자가 익힌 묘기와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게 된다.

"제가 회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건 무대에 묘기를 선보일 때 항상 내가 최고의 마술사라는 생각을 잊지 말라는 거죠. 스스로 마술을 실제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관객을 정말로 속일 수 없기 때문이죠." 같은 마술이라도 마술사의 창의적 연기력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2년 경력의 박시형(17)군도 초등학교 때 친구가 펼치는 카드마술에 빠져 마술에 입문한 케이스. 인터넷과 마술관련 책을 통해 독학으로 마술을 익히다 휴매직에 가입했다. 신세대 마술사인 이은결을 가장 존경한다는 박 군은 인정받는 마술사가 되는 게 꿈이다. 힘들게 익힌 묘기를 정기모임에서 모두 알려주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만큼 다른 마술에 대한 정보를 얻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회장은 향후 바람에 대해 더 나은 마술기법 개발과 폭넓은 무대 활동을 꼽았다. 마술이 좀더 관객들과 친밀해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대구엔 3곳의 마술학원이 있다. 문의는 053)421-3080 또는 다음카페 '휴매직'을 입력하면 된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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