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국제 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 즉 기축통화가 된 것은 1944년 7월 44개국이 맺은 브레튼우즈협정에서였다. 돈의 힘으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겠다는 미국의 구상에 따라 맺어진 이 협정의 골자는 '달러를 매개로 한 고정환율제'였다. 국제결제 수단을 금 대신 달러로 하되 달러 보유국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35달러를 금 1온스와 교환해준다는 것이었다. 영국 대표로 참석한 케인즈는 파운드화 지위의 하락을 우려해 강력히 반대했으나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절대강자로 올라선 미국의 힘을 꺾을 수는 없었다. 당시 미국은 세계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했고 세계 금 보유량의 70%를 가지고 있었다.
이 같은 달러의 황금기는 70년대 들어 미국의 경제가 침체하면서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달러의 가치가 흔들리자 보유 달러를 금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는 국가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정타는 영국이 날렸다. 30억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 달라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배 째라'였다.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은 달러에 대한 '금태환' 정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후에도 달러의 가치는 계속 떨어져 금 1온스당 35달러에서 37달러로 내려갔고(스미소니언 합의) 이어 73년에는 42.22달러까지 내려갔다.
올해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로 달러의 지위가 다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각국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의 비중은 2001년 72.3%에서 올해 2분기에는 62.5%로 줄었고 달러표시 채권의 비중도 같은 기간 중 53.6%에서 36.1%로 감소했다. 이 틈을 비집고 중국이나 프랑스 등이 국제 통화체제의 多極化(다극화)를 들고나오고 있다. 그 속내는 자국 통화를 국제 결제통화로 승격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 분산을 위해 외환보유고를 달러 위주에서 유로나 위안화 등으로 다양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내놓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많이 위축되긴 했지만 소득 이상으로 소비하는 미국의 구매력에다 세계 1위의 군사력이 뒤를 받치고 있는 한 달러의 기축통화 자리는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호사가들은 달러 중심의 현 국제통화체제를 '鐵(철) 본위제'(군사력을 바탕으로 달러를 찍어낸다는 의미)라고 평하기도 한다.
정경훈 정치부장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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