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되돌아본 사건 '대구 2008'

올해도 어김없이 대구에서는 굵직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집에서 잠자던 여자 초교생이 괴한에게 납치돼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고, 학교에서 초교생들의 집단 성폭행사건이 일어나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여기에다 사상 최대규모인 4조원대 다단계 사건의 피해자들이 대구에만 1만명에 이르면서 그야말로 서민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달성 초교생 피살사건 '오리무중'=지난 5월 발생한 초등생 납치 살해사건은 결국 범인의 윤곽도 찾지 못한채 해를 넘기게 됐다. 5월 30일 오전 4시 10분쯤. 달성군 유가면의 한 가정집에 2인조 괴한이 침입, 잠을 자던 허모(72)씨를 폭행하고 손녀인 초교 6년생 은정양을 납치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수색에 나섰지만 은정양은 사건발생 14일만인 6월 12일 집에서 불과 2.3㎞가량 떨어진 인근 야산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달성군 유가면 일대에 대한 현장 탐문수사와 행적이 의심되는 남성들의 구강샘플 등을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AN분석을 의뢰했지만 범인으로 지목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유일하게 범인과 마주한 허양의 할아버지는 8월 숨을 거뒀고, 2만5천여장이나 뿌린 범인 몽타주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와 달성경찰서 강력팀 등 22명이 현재도 수사본부를 운영하고 있지만, 범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달성경찰서 안재경 수사과장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파악된 증거를 사건에 대입해 범위를 좁혀가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고 했다.

◆초교생 성폭행사건 '용두사미'=지난 4월 초·중학교에 다니는 남학생이 초교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은 교육계는 물론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4월 21일 오후 5시쯤 대구의 한 중학교 테니스장에서 초교 3~6년생과 중학생 등 남학생 10여명이 운동장에서 놀던 여자 초교생을 끌고가 성폭행했고 학교 측은 이를 은폐했다는 사실이 전교조 등 시민단체에 의해 폭로됐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사회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여야 국회의원 10여명이 대구시교육청과 전교조 등 사건 관련 기관을 직접 방문해 진상조사에 나서는 등 이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경찰은 해당 학교 교사의 상담자료를 바탕으로 4개월간 가해·피해 아동으로 지목된 90여명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벌여 성폭행 및 성추행 피해 아동 5명, 가해 아동 8명을 확인했다. 하지만 피해아동의 부모들이 처벌을 원치않고 가해 초교생들도 형사처벌 대상(형사상 미성년자)이 되지 않아 모두 입건되지 않았다. 초교생 8명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던 중학생 3명도 모두 무혐의 처분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일면서 사건의 전모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등 '용두사미' 꼴로 끝났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사상최대 규모의 4조원대 사기 '서민 파탄'=11월 건강의료기기 대여사업을 미끼로 전국적으로 2만여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은 다단계 업체 대표가 돈을 들고 돌연 잠적했다. 피해액만 4조원에 달하는 대형 다단계 사기사건이었는데 최대 피해자는 대구였다. 다단계 업체 센터중 11개가 대구에 몰려있어 피해를 키웠는데, 전국적으로 2만명에 달하는 피해자 중 대구에만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총괄 부회장 및 대구, 부산지역 법인 임원 4명을 구속했고 본사 임직원 6명과 대구·부산지역 본부장급 이상 직급자 177명을 조사해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경찰은 주범격인 대표 조희팔씨가 중국으로 밀항한 것으로 추정하고 인터폴과 중국 현지 주재관과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내년 1월말까지는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며 "달아난 조씨의 신병확보와 사기 피해자들의 돈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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