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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예술가를 믿습니까?

도시 활성화를 위하여 창작공간을 조성하고자 할 때 가장 관심이 많이 가는 부분은 사업을 통해 얻는 사회적 효과다. 물론 모든 창조적 산업이 그렇듯이 수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으나 몇 가지만 정리해보기로 하자.

우선 생각할 수 있는 점은 도시의 창의성의 발원지로서 기능할 수 있는 예술창작거점의 확충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그동안 부족했던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을 개선하여 줌으로써 이들이 도시의 창의성을 위해 기여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예술가와 사회가 주고받는 사회적 거래라고 해도 좋다. 다른 한편으로는 창작공간이 새로운 형태의 문화시설이 되게 함으로써 지역문화 창조의 발원지로 삼을 수도 있겠다. 이 새로운 형태의 문화시설에서 시민들은 단지 문화를 수용만 하는 입장이 아니라 문화의 공동생산 주체로 참여함으로써 예술의 생산-유통-소비가 한꺼번에 가능한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효과로는 도시재생을 위한 창의거점으로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이라 함은 문화예술이 가진 사회적 기능 중 일부를 극대화함으로써 낙후된 도시의 갱생에 기여하게 하는 전략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창작공간을 주된 툴로 생각하는 방식이다. 예술가들은 창의거점을 중심으로 활동함으로써 지역민의 미적 인식을 제고시키며, 다양한 예술프로그램으로 공동체 화합을 돕거나 벽화 등 시각적 예술활동을 통해 도시의 미를 재발견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효과를 들 수 있는데, 이미 널리 알려진 뉴욕의 소호지구나 베이징의 다산쯔, 핀란드의 케이블 팩토리 등의 성공사례는 창작공간이 어떤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적절히 말해주고 있다.

앞서 열거한 창작공간을 통한 사회적 효과들은 지역에 따라서는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이상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의 사례를 봤을 때 20, 30년 이상 지속적인 발전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된다. 지역경제가 발전하면서 오히려 지역발전에 기여했던 예술가들이 쫓겨나는 현상이나 지역공동체는 좋아졌지만 예술의 질적 저하를 막지 못하는 등의 문제들은 결국 지속발전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효과를 노리기보다는 안정적인 발전시스템을 잘 갖추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창작공간의 조성방법과 조성 후 운영주체의 결정, 운영프로그램에 관한 것들이다.

이를테면 관은 행정 및 제도와 예산을 지원하되 한걸음 물러설 줄 알아야 하며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또 운영주체를 뽑되 실질적으로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고 자리만 주는 것이 아니라 재정운용의 권한과 내부 인사권까지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개발에는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되 지역현장에서 찾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예술가를 믿어야 하는 시대다.

김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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