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은 종교적 색채와 의미를 넘어서 세계적인 축제의 날이 됐다. 연말연시가 겹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라마다 민족마다 이를 즐기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한국에서 성탄절은 가족보다 연인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인식된다. 성탄절만 되면 호텔이나 모텔은 연인 고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유통업체들도 이들의 주머니를 노린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밤샘 파티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계 미국인 스콧 퓨전(27)씨는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는 한국에서의 추석 같다"고 했다. 서양인들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큰 트리를 만드는 데 정성을 쏟는다. 그리고는 가족끼리 모여 서로 선물과 카드를 주고 받는다. 영어식 표현대로라면 대가족이 되는 시간, 즉 '빅 패밀리 타임(big family time)'이다.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인 강사들 중에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휴가를 내 집에 다녀오기도 한다.
영국인들은 새벽에 집집마다 돌며 캐럴을 부른다. 집에서는 벽난로에 '크리스마스 장작'을 집어 던지며 서로에게 축하하는 풍습도 있다. 슬로바키아에선 크리스마스 식탁에 가족을 위한 것 외에 선조나 집없이 떠도는 배고픈 사람을 위한 식탁을 하나 더 준비한다. 이라크에서 기독교인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온 가족이 뒷마당에 모여 의식을 벌인다. 모두가 촛불을 들고 원을 그리는 가운데 자녀 중 한 명이 성서에 나온 예수 탄생 구절을 아랍어로 읽어 나간다. 낭독이 끝나면 예수의 면류관과 같은 가시나무로 만든 모닥불을 지핀다. 모닥불이 완전히 재가 될 정도로 다 타면 내년 운수가 대통한다는 의미. 가족들은 모닥불이 다 타면 순서대로 그 위를 뛰어 넘으며 소원을 빈다.
인도에서도 성탄절 풍경은 소박하다. 기독교가 소수 종교이기 때문. 신자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바나나 또는 망고 나무를 장식한다. 장식도 자그마한 기름 램프 정도에 불과하다. 교회에는 빨간색 꽃과 포인세티아 장식을 한다. 북반구와 달리 12월 25일이 한여름인 호주에선 크리스마스가 온가족이 함께 모이는 대표적인 명절이다. 호주인들은 가족들과 정원에서 바비큐나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는다. 호주인들은 성탄절 다음날을 '복싱데이'(Boxing Day)로 기념한다. 선물을 주고받는 날.
러시아의 크리스마스는 1월 7일이다. 옛 동로마제국의 국교에서 기원한 슬라브 정교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인들은 서방세계의 들뜬 크리스마스 모습보다는 차분한 분위기로 이날을 보낸다. 일본이나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선 성탄절이 공식 휴일이 아니다. 그래서 관련행사도 적다. 기독교도나 일부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 그러나 도시 지역에서, 젊은 세대 사이에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이가 늘고 있다. 북한에서도 해마다 12월 25일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봉수교회 등지에서 성탄예배가 비교적 성대하게 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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